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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새 교훈, 실천하는 것이 중요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17.05.22 15:01
  • 수정 2017.05.22 15:03
  • 댓글 0

특별기고-이계홍 동국대 총동창회 상임부회장

동국대학교 교훈이 어렵다는 얘기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攝心(섭심), 信實(신실), 慈愛(자애), 度世(도세) 중 신실과 자애는 어느 정도 일반화된 용어라 지만, 마음을 깨끗이 가다듬어 흩어지지 않게 한다는 섭심과, 삶과 죽음의 현실을 극복하고 열반에 들어가 중생을 고통에서 건진다는 뜻의 도세는 웬만한 학문을 한다는 사람도 잘 모르는 용어다. 특수용어는 특수한 영역에서 사용할 수는 있어도 인류보편적 진리와 지식습득을 기본으로 하는 대학사회에서는 그것이 자칫 관념화되고 보편성을 상실할 수도 있다. 아무리 고상한 건학이념을 표상하는 용어라 해도 이해하기 어려우면 구성원이 외면하기 쉽다.

기존 교훈 어렵다 지적
‘지혜 자비 정진’ 재정립
자기화·실천 여부가 관건

교훈이 바뀌지 않고 전통으로 이어져온 대학들도 많다. 서울대는 ‘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뜻의 라틴어 ‘VERITAS LUX MEA’, 연세대는 ‘진리 자유’, 고려대는 ‘자유 정의 진리’, 서강대는 ‘진리에 순종하라’, 이화여대는 ‘진선미’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학문탐구를 고취하는 일반적 용어라서 세월이 가도 퇴색할 이유가 없는 교훈들이다.

그러나 동국대의 경우 난해한 특수 불교용어로 접근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물론 전통을 지키자는 취지에서 옛 교훈 그대로 가자는 의견들도 있지만, 불교적 건학이념을 분명히 하면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새 교훈을 제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여론이 많았다. 그렇다고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어서 동국대는 2015년 6월과 7월 교훈 재정립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학생 교수 교직원 등 총 2466명이 설문조사에 응한 결과 77%가 교훈의 의미를 모른다고 응답했다. 교훈 교체 필요성에는 81%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국대는 이를 기초해 지난해부터 금년 4월까지 △불교계 △학교법인 △총동창회 △서울캠퍼스 교수진 △경주캠퍼스 교수진 △동국의료원 대표로 구성된 교훈재정립추진위원회를 운영했다. 총동창회 대표로는 필자가 참여했다. 회의는 새 교훈제정을 전제로 △건학이념과 정체성 △보편성 △친화성과 이해도 △성취와 진취 등을 표상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 정신의 공유를 위해 널리 새 교훈을 공모하기로 결정했다.

공모는 1,2차에 걸쳐 실시했는데 수백편의 교훈이 응모됐다. 이중 가장 많이 응모됐던 단어가 지혜, 자비, 정진, 진리, 성실, 열정, 사랑, 정도, 나눔, 성불 등이었다. 모두 부처님 사상과 인류가 지향해야 할 가치들이다. 슬로건 형식은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밝히자’ ‘진리와 함께 자비와 함께’ ‘새롭게 힘차게 진리와 함께’ ‘가슴에는 자비를 머리에는 지혜를 동악에는 진리를 누리에는 평화를’ ‘마음에 자비를 세상에 진리를’ 등이었다. 이색 응모작은 ‘아누다라 삼막삼보리’ ‘비육비탄하지말고 불분망식하자’ ‘동쪽나라 도처에 연꽃이 피었네’ ‘참선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었다.

▲ 이계홍
동국대 총동창회 상임부회장

 

위원회는 공모결과를 바탕으로 차질 없이 회의를 거듭한 끝에 ‘지혜 자비 정진’으로 새 교훈을 결정해 학교법인에 보고를 완료하고 지난 5월1일 개교 제111주년 기념식에서 구성원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한마디로 군더더기 없이 건학이념과 학문적 정진의 뜻이 모아진 교훈이라고 평가된다. 쉽게 이해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친근한 단어로 구성됐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재정립된 교훈을 구성원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자기화하고 실천하느냐의 여부다. ‘불교정신을 바탕으로 학문과 인격을 연마하고 민족과 인류사회 및 자연에 이르기까지 지혜와 자비를 충만케 하여 서로 신뢰하고 공경하는 이상세계를 구현한다’는 건학이념을 담은 동국대 새 교훈의 뜻은 누구나 몸소 실천하는 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392호 / 2017년 5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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