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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 건칠불에서 국가지정문화재급 사경 발견

  • 성보
  • 입력 2017.05.25 11:23
  • 수정 2017.05.25 11:43
  • 댓글 1

불교문화재연구소, 2016년부터
3D-CT촬영 기법 활용해 조사
상지은니에 절첩장 형태 ‘희귀’

▲ 남원 실상사 극락전 건칠불좌상에서 발견된 고려시대 ‘상지은니대반야바라밀경’.
남원 실상사 극락전 건칠불좌상 머리부분에서 고려시대 ‘대반야바라밀경’이 발견됐다. 뽕나무로 만든 종이에 은가루로 사경한 뒤 절첩장(종이를 병풍처럼 이어붙인 것) 형태로 제작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국가지정문화재급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불상에 대한 국내 최초의 3D-CT촬영을 통해 복장물 원형을 확인했다는 사실은 불상 조사기법의 괄목할만한 성과로도 주목된다.

▲ 실상사 건칠불좌상을 3D-CT로 촬영한 정면(왼쪽) 모습과 측면 모습.
남원 실상사(주지 응묵 스님)와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제정 스님)는 “실상사 건칠불좌상에서 상지에 은니로 쓴 ‘상지은니대반야바라밀다경(桑紙銀泥大般若波羅密多經)’을 수습했다”고 5월24일 밝혔다. 실상사에는 조선전기에 조성된 건칠불좌상과 건칠보상입상이 각 1구씩 봉안돼 있다. 두 상은 여러 차례 수리·개금을 거쳐 외관이 변형됐던 까닭에 보존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고, 불교문화재연구소는 2016년부터 3D-CT촬영을 시도해왔다. 그 결과 불상 머리 안에서 뽕나무로 만든 종이에 은가루로 경전을 쓴 고려시대 ‘상지은니대반야바라밀경’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실상사 극락전 건칠불좌상.
‘상지은니대반야바라밀다경’은 전체 600권 중 권제396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장계(李長桂)와 그의 처 이씨(李氏)가 시주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를 통해 선친의 명복을 빌고 집안의 재액을 물리치기 위해 조성한 고려시대 사경임이 밝혀졌다. 특히 상지에 ‘대반야경’을 은니로 사경해 절첩장 형태로 제작한 경전은 현재 국내에 4점만 남아 있어 희소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이 가운데 실상사 사경과 유사한 것은 경주 기림사 비로자나불에서 수습한 3첩(권210 秋, 권259 餘, 권561 果)으로 현재 보물 제959호로 지정돼 있다. 이번에 발견된 사경은 송일기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감정했으며 국가지정문화재급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인정됐다.

▲ 3D-CT 촬영 현장 사진.
국가지정문화재급 ‘상지은니대반야바라밀다경’을 발견하게 된 데에는 국내 최초로 도입된 불상 3D-CT촬영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3D-CT촬영은 현재까지 가장 진보적 비파괴 조사기법으로 알려져 있으며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수리 또는 복원 작업 이전의 문화재 원형과 보존상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수리 범위나 복원 기준을 세우는 데에도 근거가 돼준다.

▲ 건칠불좌상 3D-CT 촬영 영상. ‘상지은니대반야바라밀다경’의 접힌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앞서 2005년 실상사 건칠불좌상에 대한 X-선 조사를 실시했지만 머리 안에 복장물이 들어 있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 무엇인지는 의문으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2016년 국내 최초로 3D-CT 촬영을 실시한 결과, 접힌 책에서 금속성 물질로 쓴 글자들이 겹쳐 있는 것이 관찰돼 금니 또는 은니로 쓰인 경전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었다. 또한 금박층 아래에서 제작 당시 원형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실상사 건칠불좌상과 건칠보상입상이 동일한 양식으로 조성된 삼존불상임도 밝혀냈다. 불교문화재연구소의 3D-CT 촬영은 포항 성모병원의 협조로 이뤄졌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이번 조사 결과는 개금으로 변형된 불상에 대해 표면의 개금층을 제거하지 않고 비파괴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방법을 활용해 원형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며 “조사 결과를 취합하여,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는 건칠불상 제작기법을 이해하는 단초가 될 연구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93호 / 2017년 5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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