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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천 개의 복은 하나의 지혜에서

기자명 최원형

편리함에 길들여진 습관 안 바꾸면 기후재앙 지속

평균 수심 5미터, 면적 325 제곱킬로미터, 서울의 절반 크기에 가까운 거대한 호수가 사라졌다. 5년 전까지만 해도 호수와 그 주변 생태계에는 생명들로 북적이던 풍경이 펼쳐졌고 지도에는 여전히 파란 물빛이 찰랑거리고 있는데 말이다. 몽골의 울란 호수 얘기다. 5년 만에 호수를 찾은 일행은 마치 귀신에 홀린 듯 호수가 있어야 할 곳이라 생각한 주변을 몇 바퀴째 헤매다 GPS로 위치를 확인한 후에야 호수가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됐다. 몽골은 지난 20년 동안 1166개의 호수와 887개의 강, 2096개의 샘이 사라졌다.

5년만에 사라진 몽골 울란호수
극심한 가뭄에 고통 받는 케냐
초대형 태풍에 대형 인명 사고
지구온난화로 기후 변화한 탓

자동차 바퀴가 지나간 자리에 고인 물을 마시는 아이가 있다. 물을 찾아 6시간을 헤맨 끝에 겨우 발견한 물이 붉은 흙탕물이었다. 집으로 가져갈 20리터짜리 노란 고무통에 흙탕물을 퍼 담으면서 컵으로 계속 물을 마시길 반복했다. 6년 만에 극심한 가뭄이 찾아왔다. 물이 부족해지자 키우던 가축들이 죽어나가고 끼니조차 잇기 힘든 나날을 보내는 아프리카 케냐 와지르의 얘기다. 물 부족으로 키우던 가축들을 잃고 생계가 막막해지니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 어린아이 할 것 없이 영양실조로 내몰리고 있다. 2011년에도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기근에 26만 명이 숨졌다. 소말리아, 케냐, 남수단, 예멘 등 4개 국가 2000만 명 이상이 가뭄으로 인해 기아의 위기에 처해있다. 이러한 상황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라고 유엔은 경고해 왔다. 그런데 올해 상황은 이보다 훨씬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와지르는 아프리카 동북부 지역에 거주하는 보라나족의 언어에서 유래한 말로 ‘함께 모이다’는 뜻이다. 과거에 얕은 우물이 많았던 와지르에 유목민들이 함께 모여 가축들에게 물을 먹였던 데서 유래한 지명이라 한다. 그러니 물이 본래부터 부족한 땅은 아니었던 것이다. 2008년 5월 2일 새벽 미얀마 남서부는 초대형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강타하며 거대한 호수로 변했다. 잠자던 13만 6000여명이 느닷없이 들이닥친 태풍에 목숨을 잃었다. 동남아시아에서 4월부터 9월 사이에 발생하는 태풍은 사이클론이라는 고유명사가 있을 만큼 일상적인 기후현상이다. 그런데 나르기스는 차원이 다른 초대형 사이클론이었다. 사이클론은 보통 인도양의 적도 지역에서 발생해 방글라데시로 가는데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전혀 엉뚱한 곳에서 태풍이 만들어졌다. 적도가 아닌 북위 20도 태국 근처에서 발생한 태풍은 방글라데시가 아닌 미얀마로 방향을 바꾸었다. 지구온난화로 태풍의 방향과 세기가 바뀌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의 사정은 어떨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가뭄을 느끼기란 참 어렵다. 물 소비가 많으면서도 도시에서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이란 여간해선 드문 일이다. 그런데 도시라고 언제까지 가뭄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까? 봄비는 초목이 움틀 때 그야말로 생명수인데 봄이 가고 초여름의 날씨가 되도록 도무지 빗소릴 듣기 어렵다. 대전, 세종, 충남지역은 3월부터 5월까지 봄 강수량이 92.1㎜로, 평년(188.7㎜)의 절반도 안 되는 48% 수준에 머물렀다.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역대 4번째로 적다. 전국적으로 봄 가뭄이 지속되고 있어 모내기철 물 부족 현상을 우려하는 실정이다. 경기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농민들의 가슴이 타들어가고 있다. 일찍 찾아온 더위와 바짝 마른 가뭄, 올여름은 평년보다 더 더울 것으로 예보한다. 버스나 지하철은 5월 들어서며 에어컨을 켜기 시작했다. 올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지 지레 걱정이 앞선다. 편리함에 길들여진 우리의 몸과 마음이 변화하지 않고서 기후가 예전처럼 되리란 기대는 애당초 망상일 뿐이다.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는 만큼 가뭄은 극심해질 것이고, 더 큰 태풍이 만들어질 것이고 예측할 수 없는 경로로 태풍이 들이닥칠 것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는 그러니까 우리의 생활습관에 달려있다.

메마른 땅과 모래 바람 황량한 몽골에 숲이 있어야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이치를 간파한 간단사 주지 스님은 어느 새해 법문으로 몽골의 오랜 속담을 꺼냈다.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 나무는 베어버리는 걸로만 알았던 유목민들이 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생태계는 나무를 심은 딱 그만큼 살아나기 시작했다. 천 개의 복은 하나의 지혜에서 시작하는가!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393호 / 2017년 5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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