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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리틀붓다들의 바자회 활약상

기자명 성원 스님

꼭 배워야만 아는 것은 아니다

 
그냥 아는 게 많은 것 같다. 배워서 안다고 하지만 살다보면 그냥 알게 되는 것이 더 많다. 배워서 억지로 외워둔 지식들은 그저 대화나 뽐내는 일에만 가끔 쓰일 뿐,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많은 일들을 해결해야 할 때는 그냥 알게 된 지식으로 풀어나가는 경우가 더 많다.

심리학을 다루는 누군가는 구강기와 유아기 때쯤 자신도 모르게 학습된 일이라고 우길지 모르겠지만, 그보다 훨씬 오래전에 익혀진 것만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곤 한다.

요즘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우리의 관념이 여지없이 깨어지고 만다. 물에 빠진 까마귀를 애써 구해주는 곰의 모습, 엎질러진 물 항아리에서 밀려나와 물기 없는 바닥에 나뒹구는 물고기에게 계속 고인 물을 밀어주는 강아지의 모습을 보노라면 자비심이 학습에 의해 길러진다는 이론이 너무 무색하다.

우리의 자성이 그 자체로 온전한데 우리들이 그걸 모르고 번뇌업식으로 인해 가리어져 무명의 어두운 삶을 산다는 교리적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아도 일상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지난 토요일 중증장애인요양시설 약천사 자광원에서 바자회를 열었다. 지역의 많은 복지관계자들과 불자들이 함께 자리하면서 하루 종일 자광원 마당이 장터를 방불케 했다. 약천사 봉사팀들 뿐만 아니라 리틀붓다 자모회에서도 자리를 잡고 옷가지와 양말을 팔아 시설에 보탬을 주고자 애썼다. 자모회라고 잘라 말하면 안 될 것 같다. 언제 누구에게 배웠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린 붓다들이 목청 돋우면서 판매에 열을 올렸다.

맹모삼천을 동양 교육의 롤모델같이 여기지만 아이들은 무수한 것을 보고 자신의 관심사에 집중하고 학습한다. 어릴 때 아무리 시장이나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데리고 다녀도 장사에는 전혀 관심 없는 아이들이 많은가 하면 그저 텔레비전이나 보며 들은 노래를 좇아 음악가의 꿈을 꾸는 아이도 있고, 법정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고 권력에 대한 개념도 없으면서도 검찰이나 법관의 꿈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주변에 참으로 많다.

바자회 때 은별이는 유독 야무진 모습을 보이며 장사꾼같이 판매에 열을 올렸다. 사람들을 모으고 강매하고 그 모습을 보고 웃는, 정말 주변의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려고 장난질로 하는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하고, 정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즐거운 하루였다.

더 우습고 놀라운 일은 은별이가 열심히 판 부스는 우리 리틀붓다 판매부스가 아니라 자광원 선생님이 판매하는 불교 용품부스였던 것이다.

어디서 배웠는지 알 수는 없어도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상상의 범주를 벗어난 일을 많이 하는 것이 확실하다. 일부 어른들은 이러한 속성을 모른채 아이들의 행동을 보면서 손자나 자식들이 천재인 것 같다고 자랑하고 우기는 일을 종종 보게 된다.

우리들도 어린 시절 저랬을 거다. 나태주 시인은 꽃을 노래하면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노래했다. 어린아이도 그런 거 같다. 자세히 보아야 더 예쁘고, 애정을 가지고 오래 보면 더욱 사랑스럽다.

우리 아이들은 언제나 내게 시인의 꽃보다 더 예쁘고 더 사랑스럽다.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393호 / 2017년 5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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