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겸 종단협의회 회장 자승 스님이 이낙연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석가탄신일’로 사용되고 있는 현행 공휴일 명칭을 ‘부처님오신날’로 변경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소식이다.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 법에 따라 휴일 명칭 변경은 국무회의를 거쳐야 가능하다.
조계종단에서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제정운동을 공식적으로 제기한 것은 통합종단 출범 이후인 1963년이다. 미군정이 한반도 땅에 들어서며 미국의 경축일을 그대로 적용한 관계로 예수탄신일은 1945년부터 공휴일로 지정됐다. 제1공화국 대통령 이승만 또한 독실한 감리교 신자였기에 예수탄신일 공휴일 지정은 그대로 유지됐다. 당시 기독교인은 3%도 넘지 못했다. 한국 최대 종교인구를 확보하고 있던 불교계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통합종단 조계종은 1963년 1월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제정을 주무부처인 문교부에 제기했다. 그러나 받아든 건 ‘특정종교 기념일을 공휴일로 지정할 수 없다’는 불가방침의 통고문뿐이었다. 조계종은 이때부터 부처님오신날 공휴일 제정운동을 범국민운동으로 전개시켰다.
조계종이 당시 문교부에 공휴일 지정을 요구하며 전달한 서류는 ‘부처님 탄일 공휴일 제정 대정부 건의서’였다. 석가탄신일이나 석가탄일이 아닌 ‘부처님 탄일’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석가모니’에서 ‘석가’는 인도 민족 중의 하나인 ‘샤카족’을 지칭하고, ‘모니’는 성자, 깨달은 분을 의미한다. 직역하면 ‘샤카족 출신의 깨달은 분’ 즉 부처님을 뜻한다. ‘부처님 탄일’은 ‘부처님 태어나신 날’이지만 ‘석가 탄일’이라 할 경우 직역하면 ‘샤카족이 태어난 날’이다. 당시 조계종이 ‘깨달은 성자’ ‘자비광명’ 등을 함축한 ‘부처님’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연유가 여기에 있다. 이후 봉축위원회는 1968년 3월19일 ‘부처님오신날’을 공식 명칭으로 사용할 것을 결의했다.
공휴일 지정에 헌신한 용태영 변호사 원력의 결실은 1975년 맺어졌다. 그런데 명칭이 ‘석가탄신일’이었다. 예수탄신일이 공휴일로 지정될 때의 명칭은 ‘기독탄생일’이었다. 1975년 정부는 탄생의 높임말인 ‘탄신’을 적용해 ‘기독탄신일’로 고치는 것과 함께 ‘석가탄신일’로 결정한 것이다. 이후 불교계는 ‘사월 초파일’이라는 명칭까지 더해져 ‘부처님오신날’과 함께 ‘석가탄신일’ ‘석탄절’ ‘사월초파일’ 등 다양한 명칭을 사용했다. 달력마다 다른 표기가 새겨져 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기 2562년인 2018년 새 달력에는 ‘부처님오신날’로 표기되기를 기대한다.
[1395호 / 2017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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