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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사랑으로 존재하는 법

기자명 재마 스님

이 순간을 사랑으로 가득하게 할 때 행복

지난 한 주간동안 가까운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안아주면서 사랑의 호흡을 많이 나누셨는지요? 안아주는 것이 좋은 습관이 되도록 하려면 적어도 21일 이상 지속해보시길 권합니다. ‘뇌지도’에 행복으로 가는 길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죠. 뇌가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기까지는 생각이 대뇌피질에서 뇌간까지 내려가는 최소한의 시간이 21일이라고 합니다.

모든 존재들의 행복 발원할 때
친절한 사랑으로 가득하게 돼
의식이 있는 한 생각과 감정들
감각 속에 사랑 스며들기 가능

뇌간은 체온과 혈압 같은 생명유지 장치를 관장하는 곳으로 다른 뇌 부위가 손상될 경우에는 장애를 입지만, 뇌간의 손상은 죽음과 직결된다고 합니다. 하나의 생각이 뇌간에 이르러야 심장이 뛰어 온 몸에 피를 공급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어 몸에 밴다고 합니다. 좋은 생각, 좋은 의도를 최소 21일은 반복적으로 실천해야 뇌가 비로소 길을 내준다는 것이죠. 우리가 사랑으로 호흡한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는 심장의 박동을 나누는 안아주기가 좋은 습관이 되려면 역시 반복해서 훈련해야 합니다. 

어제는 병원에서 오래 투병중이시던 암 환자 한 분의 임종 준비를 함께 하고 돌아왔습니다. 다른 환자분을 만나는 동안 일반 병실에서 임종실로 옮긴 그 분의 표정은 평안해 보였습니다. 큰 딸이 그분께 며칠 전에 찾으셨던 스님이 오셨다고 어머니를 불렀지만 그분은 눈을 뜨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은 이번 생애에 인연되었던 것에 감사하고 지금 보내드리는 것이 무척 아쉽지만, 잘 보내드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에 대한 집착은 모두 내려놓고 평안히 가시라고 환자에게 인사했습니다.

두 딸과 남편은 목소리를 낮추고 봉사자들과 함께 아미타부처님과 인로왕보살님과 권속들이 오셔서 그분을 모셔가기를 청했습니다. 말할 기운과 의식이 없는 채로 호흡이 점점 느려지는 환자를 보면서 “한 순간씩만” 살고 있는 그분이 “내내 고마운 것만, 사랑한 것만” 떠올리면서 불보살님들의 영접을 받을 수 있기를 합장 발원 했습니다.

그분의 의식이 아미타부처님을 그리며, 맞이할 수 있도록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계속 틀어주라고 일러드리고 임종실을 나왔습니다. 다시 웃으면서 인사를 나누진 못했지만, 그분은 제게 이승의 여행을 마치니 이제 편안하다고, 그리고 마지막까지 기도로 함께 해달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분은 간까지 암이 전이 된 후 살고자 하는 욕구 대신에 병상에 누워 일체존재들이 고통에서 자유로워지기를 발원했습니다. 사랑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이별을 준비한 것이죠.

건강한 우리들은 지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자신 있게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몸은 아주 작은 바이러스 하나에도 곧 무력해질 수 있습니다. 현대의학이 발전해도 몸이 허물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요. 그때를 대비하는 것은 보험을 들거나 미리 걱정하고 불안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을 친절한 사랑(Loving-kindness)으로 가득하게 하는 것입니다. 사랑의 마음이 온 몸에 가득하도록 훈련하는 것이죠. 모든 존재들이 잘되기를 바라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원(願)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느낄 때도 의식이 있는 한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 감각과 의식 속에 친절한 사랑이 스미게 할 수는 있습니다.

암 투병 중이신 국민시인 이해인 수녀님은 ‘어떤 결심’이라는 시에서 “많이 아플 때는 꼭 하루씩만 살기로 하고, 몸이 아플 때는 한 순간씩만 살기로 하면서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고요히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를 선택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만이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저 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왔다”고 고백합니다.

이번 한 주간동안 매일, 오늘 하루 동안만 사랑하면서, 여행하는 느낌으로 존재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탐색해보시면 어떨까요? 친절한 사랑으로 자신과 타인을 대하면서 행복한 느낌을 만나는 경험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 밖에 없는 진실한 풍경이 초대하는 여러분의 아름다운 존재여행을 기원합니다.

재마 스님 jeama3@naver.com
 

[1396호 / 2017년 6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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