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3. 행복의 땅

기자명 성원 스님

부탄의 행복, 천진불 마음에 전해지길

 
6월의 시작은 참으로 기분 좋았다. 첫날부터 행복이라는 단어가 생활의 주제어가 되었다. 오랫동안 바라왔던 부탄성지순례를 6월 그 첫날 출발하게 되었다.

공항에 처음 발 디뎠을때
알 수 없는 기운 못 잊어
순례의 절정은 역시 탁상
바람에 천진불 행복 기원

매년 정월대보름부터 하는 나한 백일기도를 회향하고 3년 동안 봉정암을 순례하였다. 작년에는 은사스님의 입적으로 순례일정을 잡지 못했었다. 아쉬움이 있어서인지 올해 부탄순례길은 오랜 기다림으로 더욱 설렜다.

마침 한·부탄 수교 30주년이기도 했다. 오랫동안 부탄의 성지를 참배하고 정보를 축적해온 법보신문사와 함께 순례를 출발하니 더욱 즐거웠다. 여행전문가로 변신한 인례자로 남수연 기자와 함께한 순례는 결과적으로 대 만족이었다. 모든 성지마다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은 사진 찍기만 급급해하던 여느 참배 길과는 달랐다. 눈앞에 펼쳐진 성지의 성서러움에 자세한 설명이 더해지니 그 걸음걸음에 의미가 더해졌다.

유홍준 작가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우리가 보는 것이 눈에 비치는 영상만이 전부가 아님을 이번 순례에서 다시 한 번 크게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눈으로 직접보고 설명을 들어 잘 알게 되니 두세 곱 부탄을 보고, 느끼고 온 것 같았다. 처음 공항에 내렸을 때 우리들의 긴장감을 탁 풀어주던 알지 못할 기운, 세상 그 어느 여행지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온전한 자유로움과 가슴 가득한 행복의 기운은 일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가장 결정적인 순례는 역시 탁상사원이었다. 사원으로 가는 길은 어떠한 교통수단도 이용이 불가능해 반드시 걸어서 올라야하는 참배의 길이었다. 칠십이 넘은 나이에 관절이 좋지 않아 고민해야 했던 보살님, 얼마 전 심혈관 확장수술을 하고도 한국출발 때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을 잊고 가져오지 않은 보살님과 함께 걱정을 나누며 길을 나섰다.

아침 일찍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3000m 고지, 900m 높이의 암벽, 구름사이로 아득히 바라보이는 ‘비호(飛虎)의 둥지’라는 별칭의 탁상사원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숨을 멎게 할 지경이었다. 호랑이도 힘겨워 날아서 올라야 했던 곳에서 성스러운 부처님을 친견하는 데는 어떠한 잔재주가 통하지 않았지만 모두 충만한 신심과 열정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주었고 모두 무사히 참배를 마칠 수 있었다. 하산 길에 심장수술로 힘겨워하던 만덕화보살에게 안부를 묻자 “우리 대통령도 당선 전에 이 성지에 오르셨다는데, 이번에 맏손자가 대입수능에 응시하기 때문에 꼭 참배해야 했다”고 말했다.

‘저 높은 곳에 부처님을 모시고자 무거운 짐을 지어 올린 사람들도 있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니 참배의 어려움만 생각하며 너무 헐떡이는 모습에 송구스러운 맘이 들기도 했다. 전설에 따르면 힘겹게 불상을 모시고 이운하던 중 언덕에 잠시 내려놓고 쉬는 동안 부처님께서 스스로 날아 사원으로 가셨다고 했다. 부탄인들의 불타오르는 신심은 “그 힘겨웠던 노동조차 즐겁고 행복하게 여기며 가벼이 극복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파드마삼바바는 수시로 이곳에 올라 수행하시고 교화를 펼치셨다니 부탄이 성스러운 행복의 땅, 불국토로 지금까지 남아있는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았다. 이 성스러운 땅에서 티 없이 밝게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의 먼 미래까지도 지금처럼 행복이 이어지기를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본다.

우리 천진불들에게 어떻게 이 충만한 행복의 기운을 전할 수 있을까? 모든 걸음걸음에 작은 소원들을 옮겨 담으며 바람이 대신 읽어줄 불경을 타르초에 담아 산가지에 달아 메어두고 돌아왔다. 바람이 불어 나의 간절한 기도소리가 우리 천진불 어린이에게 아름다운 음율로 전해지리라 믿으며….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396호 / 2017년 6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