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 박영종의 ‘흥부와 제비’

기자명 신현득

시인 박목월이 부처님 가르침 담긴
동화 흥부·놀부이야기로 빚은 동시

동요 ‘얼룩 송아지’(손대업 곡)로 유명한 박목월(朴木月,1916~1978)의 본명은 박영종(朴泳鍾)이었다. 신라 서울 경주에서 성장, 동시로 문학을 시작한 아동문학 선각자의 한 사람이었다.

제비가 물어다 준 박 속에서
착한 씨앗 심은 동생에 금은
악의 씨앗 심은 형에 도깨비
나오게 해 인과의 법칙 제시

그의 단독 저서도 동시집이 시작이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6월, 자신이 경영하던 출판사 조선아동회(당시의 주소는 경북 대구부 남산정 1번지) 이름으로 동시집을 출간하였는데 제호를 ‘동시집(童詩集)’이라 했고, 저자 이름을 박영종이라 했다.  

그는 1933년 윤석중 주간, 개벽사의 ‘어린이’지에 박영종 이름으로 동시 ‘통 딱딱 통 짝짝’이 추천되었으며, 이어서 같은 해에 동아일보 발행 ‘신가정’지에 동시 ‘제비 맞이’가 같은 이름으로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하게 된다. 일반 자유시를 창작한 것은 1939년 이후의 일이다.

동시집 제호를 ‘동시집’이라 할 만큼 동시에 신념을 두었던 목월은, 아동문학 율문을 동요라는 정형시에서 자유시인 동시로 옮겨서 정착시키는 데에 역할이 컸다. 그의 명작 동시 한 편을 감상하기로 하자.

흥부와 제비 / 박  영  종

옛날 옛날 옛날에      
흥부 집은 오막집
하얀 돌담 외딴집

오막집 울안에는
박포기가 자라고
오막집 울밖에는
옹달샘이 소옷고

흥부는 상주(尙州)골에
매품 팔러 가아고
상주골은 칠십리
해저물어 오는데

박포기에 물은
누가 주우나
누가 주우나

숫제비가 한 모금
머금어다 주우고
암제비가 한 모금
머금어다 주운다.

‘조선일보 발행, ‘소년’1939년 3월호’

옛날이었다. 할머니들은 이야기 주머니를 차고 있었다. 손자 손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모아 두는 주머니다. “옛얘기 해주랴?” 하고 손자 손녀들 앞에서 이야기 주머니를 푼다. 우리의 값진 문화재산인 전래설화가 이렇게 해서 전승된 것이다.

꼬마들이 좋아하는 이야기 중에는 ‘흥부 놀부’이야기가 있었다. 할머니 이야기 주머니에 모아 둔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서 흥부는 착한 동생, 놀부는 악질의 형이다.

이야기 속에 부처님 가르침인 ‘인과의 법칙’이 흐르고 있다. 착한 씨앗을 심은 동생에게 나타난 갚음은 박 속에서 쏟아진 금과 은이다. 악의 씨앗을 심은 형에게 온 갚음은 박 속에서 나온 도깨비였다. 그리고 박 속에서 한강물처럼 쏟아져 나온 오물이었다. 놀부와 놀부마누라는 이 오물에 휩쓸려 떠 내려 가다가 겨우 살아난다. 돌아와서 보니 집과 재산이 다 떠내려 가버린 빈터였다. 통쾌한 이야기다.

목월은 부처님 가르침이 가득 담긴 ‘흥부 놀부’이야기에서 시가 될 만한 한 도막을 잘라 동시를 빚었다. 그것이 ‘흥부와 제비’다. 

이 시에는 가난뱅이 흥부집 정황을 실감 있게 그렸다. 오막집에 돌담, 울안에 박포기, 울밖에는 옹달샘…. 흥부가 70리 상주 골로 매품 팔러 간 동안 박포기에 물을 누가 줄까, 하는 걱정이다. 숫제비, 암제비가 차례를 바꾸어 한 모금씩 머금어다 주고 있다. 가난을 이겨보자며 매품을 팔러 간 흥부는 얼마나 착한가? 목마른 박포기에다 물을 머금어다 주는 제비 한 쌍은 얼마나 착한가? 금방 부처님이, 흥부네 오막살이 가득히 복을 내려주실 것 같다.

동화로 시를 빚은 목월의 이 작업은 육당 최남선의 동화요(童話謠)를 잇는 두 번째였다. 그래서 이 동시가 더욱 번쩍인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396호 / 2017년 6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