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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법포교 1번가’를 꿈꾸다

기자명 가섭 스님

국민들 참여하는 광화문처럼
종도 의견 모은 전법포교 희망
신행 결집될 때 한국불교 결실

포교종책 실무 책임자로 온 지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한국불교의 미래를 밝힐 포교종책을 마련해야 하는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거운 게 사실이다.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불교인구 감소가 수치로 나타나면서 새로운 신도 유입이 절실해졌고 더불어 기존 신도들의 신행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불교다운, 한국불교답게, 한국불교에 맞는 전법포교를 모색하고 있지만 길이 쉽게 보이지 않아 시간이 갈수록 고민이 깊다.

총무원과 가까운 곳에 새 정부가 시작되면서 문을 연 ‘광화문 1번가’가 있다. 겨우내 1000만이 넘는 촛불로 일궈낸 새 정부에게 정책을 제안하는 공간이다. ‘이것이 나라다’ 또는 ‘나라다운 나라’라는 제시어에 부합된 의견을 수렴하는 곳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민원창구를 개설하긴 했지만 이렇게 국민 개방형 공간을 마련하여 정책제안을 받고 현장토론과 발표까지 이뤄지는 열린 공간은 처음인 것 같다.

때론 볼멘소리도 들린다. 해결하지 못한 민원을 제기할 때면 높아진 언성이 쉽사리 잦아들지 않는다. 고성이 오고갈 땐 어색해지기도 하지만 그간 어떤 관공서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토로하는 얘기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공감한다. 논리적이지도 않고 거칠고 투박한 단순한 민원성 넋두리도 있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이웃을 위한 진심어린 주장들도 꽤 많다.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빚어지는 그간의 애환들이 어쩌면 ‘나라를 나라답게’하는 참말이 될 수 있다. 그간 소시민의 주장들은 언제나 생떼로 여겨지거나 무시되기 일쑤였다. 서민들의 의견들이 값어치 있게 반영되는 나라가 우리가 꿈꾸는 ‘사람 사는 세상’일 것이다.

6만7000여건의 정책제안이 있다고 한다. 7월 초순까지 접수를 받는다고 하는데 얼마나 많은 의견이 모아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풍성하고 다양한 분야들의 제안을 기대하게 된다.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정책제안은 방관자나 관조자가 아닌 책임자로서 국민의 의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어쩌면 그간 국민들은 그렇게 성장하고 사회적 환경이 변화했을지도 모른다. 위정자나 많은 권한을 부여받은 고위 공직자들만의 고유영역처럼 여겨졌던 정책제안과 입법과정이 이제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깨어나는 과정일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정치만 아니라 사회전반의 흐름으로 확산되길 바란다. 우리들이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국민 참정권의 기회다.

▲ 가섭 스님

 

 

‘광화문 1번가’를 보며 우리도 종도들의 의견을 모아 신행혁신의 모양을 다잡아가고 전법포교의 밑그림을 설계하는 모습을 그려봤다. 얼마나 가슴 뭉클한 일인가. 전법포교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할 때 의미가 있고 사회현상을 정확하게 진단할 때 힘이 생긴다. 우리에겐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전법포교가 필요하기에 지금의 대중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한다. 종도들이 자유롭게 종책제안을 할 수 있는 통로가 있다면 지금의 시행착오와 더딤을 극복하고 전법포교는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될 때 대한불교조계종은 ‘전법포교 1번가’로 될 것이다. 삶을 지혜롭게, 마음을 자비롭게, 세상을 평화롭게, 지금여기 붓다로 살자가 대중들의 값진 의견을 모아내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포교원은 현장의 소리를 들을 준비가 돼 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모아 종책으로 구현하겠다. 지금 포교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불자들 마음에 피어나는 신심 짙은 신행들이 ‘전법포교 1번가’로 결집될 때 한국불교는 한국불교답게 결실을 맺을 것이다.

가섭 스님 조계종 포교부장  kasup@hanmail.net
 

[1396호 / 2017년 6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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