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진 스님의 종단 비판, ‘홍준표·트럼프’와 다른가

  • 기자칼럼
  • 입력 2017.06.20 18:16
  • 수정 2017.06.26 13:51
  • 댓글 47

기자칼럼-권오영 기자

명진 스님 징계사유 모르고
일방적 두둔은 ‘진영 논리’

스님들에 ‘창녀보다 못하다’
‘중들 행태가 길에 똥 싸고…’
‘불교계의 트럼프’ 자처하나
구업참회 선행이 출가자 도리

▲ 명진 스님
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을 징계한 조계종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목사와 신부들이 가세한 외부 인사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조계종을 ‘유신잔당’ ‘독재세력’이라고 힐난하더니 이제는 불교와 관련 없는 단체들까지 나서 불교계를 ‘적폐의 온상’인양 몰아세우고 있다. 정작 명진 스님은 종법에서 부여한 재심절차를 스스로 거부하면서 징계가 확정됐지만 오히려 외부단체들이 명진 스님의 징계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모양새다. 이들은 명확한 사실관계를 확인도 않은 채 “조계종이 명진 스님을 징계한 것은 정당한 비판을 막는 부당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종교단체라도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비판이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돼야 한다. 명진 스님의 징계사유가 무엇이고, 종단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징계가 진행됐는지 여부는 조계종을 비판하기에 앞서 반드시 검토해야할 사안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맹목적으로 조계종을 비난하는 것은 진정성이 결여된 ‘자기편 감싸기’나 ‘진영논리’로 비춰지기 십상이다.

조계종이 명진 스님을 징계한 사유는 크게 두 가지다. 명진 스님이 법회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종단 구성원들을 수년간 지속적으로 폄하한 것과 종단의 승인 없이 사찰재산의 권리를 특정인에게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한 혐의였다. 무엇보다 명진 스님이 종단 스님들을 향해 쏟아낸 수많은 폄하 발언이 징계의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

조계종 호법부에 따르면 명진 스님은 2010년 11월부터 최근까지 수년간 조계종 스님들을 폄하하고 종단 집행부 스님들을 향해 욕설에 가까운 말들을 퍼부었다. 명진 스님은 조계종이 추진한 5대 결사를 겨냥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조계종이) 장로대통령과 밀통해 불교를 깨부수고 있다”며 근거 없는 말들을 쏟아냈다. 또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썩는 냄새가 펄펄 나는 신기루 같은 게 지금의 종교이다. 전혀 종교적이지 못한 곳이 조계종”이라며 종단을 시정잡배보다 못한 부패집단으로 내몰았다.

뿐만 아니라 불자들을 대상으로 한 법회에서 “창녀는 아버지 약값, 동생 학비라도 보탠다. 출가자가 돈을 받고 표를 찍는 것은 몸을 파는 창녀보다 더럽고 추잡한 것이다. 조계종에는 더 추악한 정신을 파는 행위가 만연해 있다”고 말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특히 “조계종 상층부에 있는 중들 행태가 길 가운데 똥을 싸고 뭉개고는 온 동네 똥내 풍기는 것과 같다”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밖에도 명진 스님은 법회와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조계종과 구성원들을 비난하는 발언들을 숱하게 쏟아내 왔다.

조계종이 출범한 이후 자신이 소속된 종단을 향해 이토록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낸 스님이 또 있었는지 그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명진 스님의 발언은 비판의 상식을 넘었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명진 스님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호법부 조사를 거부했고, 초심호계원의 징계심판에도 불응했다. 이에 따라 조계종은 종단이 정한 법규에 따라 명진 스님에 대한 징계를 단행했다. 또 징계가 부당하다고 받아들였다면 재심호계원에 항소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돼 있지만 명진 스님은 이마저도 스스로 거부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명진 스님이 공공연히 밝혀왔던 “(조계종) 승적을 반납하겠다”는 말을 실행에 옮긴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명진 스님이 조계종의 부조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정당한 비판은 종단을 건강하게 만들고 새로운 방향도 설정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불자들의 귀의 대상인 승가의 일원이라면 표현 방식도 스님답고 불교적이려고 노력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명진 스님의 발언은 사실관계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출가자의 말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저속한 표현들이 난무한다. 스님들을 향해 “창녀보다 못하다” “똥 냄새 풍기는 집단” “권력의 사냥개” 등등 표현은 세간 사람들도 쉽게 입에 담지 않을 말들이다.

상대에게 분노와 증오를 유발하는 막말은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고 소속 단체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미국 사회를 두 쪽으로 가르고 대치하게 만든 ‘트럼프 현상’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트럼프는 대선과정에서 상대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향해 “제 남편도 만족을 못 시키면서 미국을 만족시키겠다고?”라고 말하는가 하면, 멕시코 이민자들을 향해 “마약‧성폭력 범죄자, 강간범” 등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비단 미국뿐 아니라 한국의 대선에서도 막말이 논란이 됐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대선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를 향해 “민주당에서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발언하는가 하면, 대선 과정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친박’ 의원들을 향해 ‘바퀴벌레’라고 비난했다. 이 같은 잇따른 막말로 홍준표 후보는 ‘홍트럼프’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이를 통해 그는 자신에 대한 존재감은 알렸을지는 몰라도 국민들에게 극심한 피로감을 안겨줬고, 한국정치의 품위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명진 스님이 종단을 향해 던진 수많은 막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법회와 각종 언론인터뷰를 통해 쏟아낸 수많은 종단 비난발언으로 명진 스님의 개인적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높아졌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불교의 품격이 떨어지고 스님 자체에 대한 불신감은 확산됐다. 명진 스님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많은 스님과 불자들의 눈에는 ‘불교계의 홍(준표)·트럼프’로 비춰질 수 있다.

 
타인을 비방하는 언어는 스스로를 괴롭히고 천하게 만드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불교는 어떤 악에 대응하더라도 자신이 청정할 것을 강조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의 신심에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명진 스님은 자신의 구업에 대한 진정한 참회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가사를 걸친 인천(人天)의 스승으로서의 도리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397호 / 2017년 6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