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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장애인 공동시집 출간 의미 있다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17.06.26 14:01
  • 댓글 0

불자장애인 모임 보리수아래가 ‘아시아 장애인 공동시집 발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과 미얀마 장애인불자들이 쓴 시 38편이 수록될 예정이라고 한다. 조계종 사회부가 불교시민사회단체공모를 통해 이 사업을 선정했다는데 탁월한 선택이다.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이 극히 미약한 우리 사회에서 시집 발간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은 그 누구든 문화에 따른 향유와 표현의 자유를 갖고 있다. 이는 문화예술이 특수한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역설이기도 하다. 그러나 장애인 계층으로 눈을 돌리면 이러한 역설은 통하지 않는듯해 보인다.

문화 향유의 첫째 조건은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장애인들에게는 녹록치 않다. 공공시설물 계단 옆에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한 것도 2000년대 들어서면서다. 미술 전시관이나 연극 전용 극장에는 아직도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아 접근하기 어렵다. 소설, 시, 수필 등을 읽으려 해도 점자 책 출간의 한계로 이마저도 어렵다. 문화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으니 창작은 더더욱 난해하기만 하다.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가 적극 나선 것도 아니다.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이 활성화 되도록 교육, 공연, 창작활동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 조례’를 통과시킨 시는 전국 17광역 단체 중 9곳뿐이다. 가장 최근에 이 조례를 통과시킨 곳이 대전시와 인천시인데 2017년 3월과 5월이었다. 한국 사회 전반을 살펴도 이 정도인데 불교계에 초점을 맞추면 그 현실은 더욱 열악하다. 조계종 사회부와 보리수아래의 선택과 원력이 빛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경에 ‘시란 뜻에서 빚어지는 것’이라 했다. 마음에 품은 뜻을 언어로 나타낸 게 시인 것이다. 출간 예정인 시집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장애인’이라는, 시쳇말로 특수층의 시여서가 아니다. 그들이 안았던 장애라는 아픔을 신심으로 견디고 견뎌낸 후 마지막으로 세상을 향해 토해 낸 시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시집을 통해 그들이 본 심미적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다. 그들과 함께 이 세상을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셈이다. 시를 시로 보고, 시인을 시인으로 보는, 단순하지만 의미 깊은 세상을 여는 일이기도 하다. 대승불교권의 한국과 상좌부불교권의 미얀마가 빚은 불교적 심안이니 더더욱 의미 있다.


[1397호 / 2017년 6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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