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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와나린다 자타카

재치 발휘해 목숨 구한 원숭이

▲ 태국중부 수코타이(Sukhothai) 왓시춤(Wat Si Chum)의 와나린다 자타카(Vāvarinda Jātaka).

자타카에서 부처님은 원숭이로 자주 등장한다. 자타카의 많은 원숭이 이야기들 중에는 우리나라의 별주부전과 유사한 이야기도 발견된다. 물론 등장하는 동물에서 차이가 나는데 토끼는 원숭이로 거북이는 악어로서 나타난다. 위도가 높은 동아시아에서 원숭이와 악어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동물이다. 따라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토끼와 거북이로 이야기가 변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숭이와 악어가 등장하면서 내용적으로 별주부전과 관계가 있어 보이는 이야기가 와나린다 자타카이다.

자신 죽이려는 악어 속여
섬 밖으로 도망간 원숭이
한국의 별주부전과 유사

한때 브라흐마닷타왕이 바라나시를 다스리고 있을 때 부처님께서는 원숭이로 태어나셨다. 자라면서 아주 크고 강하고 영리한 원숭이로 성장했고 강가에 홀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강의 중앙에는 섬이 있었는데 이 섬에는 맛있는 망고나무와 다양한 과일나무들이 풍부했다. 원숭이는 육지와 섬의 사이에 있는 작은 바위섬을 이용하여 크게 점프해서 양쪽을 왔다 갔다 할 수 있었다. 아침에는 육지에서 바위섬으로 점프하고 다시 섬으로 점프하여 많은 과일들을 먹고 난 후 저녁이 되면 섬에서 바위섬으로 점프한 후 다시 육지로 점프해서 되돌아갔다. 

이 강가에는 악어부부가 또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악어부인은 매일같이 섬과 육지를 왔다 갔다 하는 원숭이를 보면서 이 원숭이의 심장을 먹고 싶은 욕망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남편악어에게 자신의 소망을 말했고 남편악어는 부인의 소망을 이루어주겠노라고 답했다. 그리고 남편 악어는 조용히 바위섬으로 올라가 원숭이가 점프하기를 기다렸다. 그날 저녁 원숭이가 육지로 돌아가려고 바위섬을 살펴보니 바위섬의 높이가 이전보다 더 높아져 있었다. 원숭이는 악어가 자신을 잡아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지로 가기 위해서는 저 바위섬을 지나야만 했기에 확인해보기로 했다. 원숭이는 나무위로 올라가서 바위섬을 향해 “친구 바위섬이여”라고 소리쳤다. 원숭이가 3번 소리쳤지만 악어는 답하지 않았다. 원숭이는 “바위섬이여, 왜 오늘은 답하지 않는가?”라고 다시 물었다. 악어는 자신이 답을 해야만 하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원숭이여, 무슨 일인가?”라고 답했다. 원숭이가 누구냐고 묻자 악어라고 답했고, 왜 그곳에 있느냐고 묻자 원숭이의 심장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자신이 위험해진 것을 알아차린 원숭이는 악어를 속이고 섬에서 탈출하기로 했다. 원숭이는 악어에게 말했다.

“친구 악어여, 내 심장을 당신에게 드리겠소. 입을 크게 벌리고 내가 근처에 가면 잡아먹으시오.”

원숭이는 악어가 입을 크게 벌리게 되면 눈이 자동으로 감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원숭이의 이야기에 악어가 입을 크게 벌리자 그의 눈이 자동으로 감겨 버렸다. 악어의 눈이 감긴 것을 확인한 원숭이는 악어의 얼굴로 점프한 후 재빠르게 다시 육지로 점프해서 도망갔다.

악어는 원숭이의 지혜에 크게 감탄했다. 그리고 그는 4가지 덕성을 갖춘다면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는데 그대가 바로 그러한 원숭이라며 칭찬했다고 한다. 원숭이의 심장이 토끼의 간으로 바뀌고 원숭이의 지혜가 토끼의 재치로 바뀌었지만 이야기의 큰 줄기는 별주부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태국 수코타이 왓시춤의 벽화에는 바위섬에 웅크리고 있는 악어와 나뭇가지를 잡고 바위섬을 응시하는 원숭이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황순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sihwang@dgu.edu
 

[1401호 / 2017년 7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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