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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첫눈에 반한 사랑

기사승인 2017.07.25  13:2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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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으로 얻은 사랑이어야 오래 간다

시고수보리 제보살마하살 응여시생청정심. 불응주색생심 불응주성향미촉법생심. 응무소주이생기심.
그러므로 일체에 머물지 말고 마음을 내라. 모양·소리·냄새·맛·촉감·현상에 머물지 말고 마음을 내라.(마음은 지향성(志向性)이라 어딘가에 머물지만 색·성·향·미·촉·법에 머물지 마라.)

첫눈 반한 사랑은 육체 반응
마음의 눈 결코 빠르지 않아
첫눈 반한 사랑 지속 되려면
마음의 눈에도 들어야 한다


모양에 머물다 크게 당하는 수가 있다. 본시 아름다움이란 잘 작동하는 것이다. 건강한 것이 잘 작동하는 법이므로, 건강한 것이 아름다움의 기원이다. 잘 작동하고 건강한 것은 대칭이고 균형 잡혀 비례가 좋다. 그게 밖으로 나타난 게 외모이다. 하지만 인간은 진화를 충분히 했으므로, 이제는 무형의 세계로 넘어갈 만하건만 옛 습성은 완고하고 완강하다. 소위 미인계라는 것이 이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역사상 유명한 미인계를 소개한다. 춘추시대에 월왕 구천은 전쟁에서 패배해 오왕 부차의 노예가 된다. 구천은, 철저히 몸을 낮추고 오왕의 마부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충성심을 보여줌으로써, 10년 만에 풀려난다. 귀국한 구천은 와신상담하며 복수를 다짐한다. 그동안 오왕 부차는 구천이 바친 천하절색 서시(西施)에 빠져 정사를 게을리하다, 그 사이에 힘을 기른 월왕 부차의 역습을 받고 대패한 끝에 자결한다.

구약에도 나온다. 블레셋 창녀 데릴라에게 넘어간 유대인 역사(力士) 삼손은 머리카락을 잃고, 힘을 잃고, 눈을 뽑힌다. 머리카락과 눈의 상실은 정신의 파멸과 심안(心眼)의 상실을 상징한다.

이처럼 유형의 세계에 집착하면, 대뇌 신피질이 과도하게 발달한 인간에게 파탄은 시간문제이다. 안에서 안 오면 밖에서 온다.

다행히 좋은 가르침을 만나 수행을 하면 이 흐름을 거슬러갈 수 있다. 젊은 시절 전 세계 여성의 흠모대상이었던 리처드 기어는 달라이라마의 속가상좌가 되었다. 그래서일까. 만년의 파트너로, 눈부신 미모를 지닌 젊은 여성 대신 소박한 용모의 중년 여인을 택했다.

첫눈에 반한 사랑은 몸에 대한 사랑이지 마음에 대한 사랑이 아니다. 발코니에 서있는 여인을, 창에 비치는 여인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면 그런 사랑은 몸에 대한 사랑이지 마음에 대한 사랑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는, 마음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인기 연예인은 용모로 결정되지 마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맡는 배역에 따라 성격은 천차만별로 달라지지만, 배우의 용모는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선한 역할을 해도, 아무리 악한 역할을 해도, 팬들은 한결같은 사랑을 보낸다. 멋진 용모 앞에서 못된 성품은 힘을 쓰지 못한다.

“당신의 마음에 한눈에 반했습니다. 결혼해주세요”는 없다. 있다 해도 희귀종이다. 하지만 “당신의 얼굴에, 입술에, 가슴에, 엉덩이에, 넓적다리에 한눈에 반했습니다. 결혼해주세요”는 흔하다. 너무 흔하다. 다만 대놓고 노골적으로 얘기하지 않을 뿐이다. 아주 드물게는 발가락에 반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도 새끼발가락에! 그놈만 빨갛게 매니큐어를 칠한 발가락에. 그 발가락이 앙증맞게 붉은 몸을 뒤틀면, 당신은 알 수 없는 전율(戰慄)로 온몸이 휩싸인다.

첫눈에 반한 사랑이 유지되려면 마음의 눈에도 들어야 한다. 마음의 눈은 몸의 눈처럼 번갯불같이 재빠르지 않다. 감성은 즉각적이지만 이성은 느리다. 감성은 훈련으로 계발하기가 거의 불가능하지만, 이성은 훈련을 통해 계발이 가능하다. 같이 지내면서, 혹은 같이 살면서, 느린 마음의 눈으로 상대방에 대해 하나둘씩 알아 가면 첫눈에 반한 사랑이 무너진다. 육안은 빠르지만 쉬 싫증을 낸다. 그에 비해 심안은 느리지만 꾸준하다. 마음으로 얻은 사랑은 오래 간다. 관솔불처럼 밤을 도와 탄다. 마른 잎에 붙은 불, 장작불 피우기 전에 곧잘 꺼지는데, 초저녁에 시작한 관솔불, 긴긴 겨울밤 새벽까지 꺼지지 않는다. 마른 잎처럼 화려한 불꽃을 내지는 않지만 은근한 불꽃이 빛을 잃지 않고 이어간다. 결코 어둠에 묻히지 않는다.

강병균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
bgkang@postech.ac.kr
 

[1401호 / 2017년 7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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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균 교수 bgkang@pos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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