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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잠 김시습이 선시로 찬탄한 법화경 세계

기사승인 2017.07.31  11: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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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경별찬’ / 설잠 김시습 지음·원순 스님 역해 / 법공양

   
▲ ‘연경별찬’
“옛날 천태산 지자대사는 수선사에서 ‘연꽃법화경’의 내용을 참구하여 ‘법화현의’와 ‘법화문구’를 저술하여 뒷날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갈 길을 열어주고, 고려 때 제관 스님은 ‘천태사교의’를 저술하여 천태종 사상을 정리하였다. 요즈음 이 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 으뜸가는 뜻을 연구하고자 하면서도, 글을 가지고 논쟁만 하고 있지 선가의 마음자리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백호광명이 동방으로 비치는 것만 알았지, 이 광명이 예나 지금이나 뻗어 있는 부처님의 마음자리인 줄 조금도 알지 못한다. 그대들은 어찌 이런 말을 듣고 보지를 못하였던고. ‘애절 하온 피리소리 늦은 이별 재촉하니 그대들은 남쪽으로 내 갈 길은 북쪽으로….’”

부처님이 일생 동안 교화한 결론이자, 그 결실로 불리는 ‘묘법연화경’을 찬탄하고, 그 경을 대하는 사람들의 잘못된 모습을 경책한 이는 다름 아닌 매월당 김시습이다. 김시습은 열여덟에 송광사 삼일암에서 공부하다, 1455년 삼각산 중흥사에서 출가한 수행자였다. 이때 받은 이름이 ‘설잠(雪岑)’이다. 설잠은 출가 후 금오산실로 들어가 저술 활동에 치중하던 중 세속에 나가 살다가 다시 산중으로 들어갔고, 1493년 홍산 무량사에서 입적했다.

자유자재한 삶을 살면서도 불교는 물론 유가와 도가에도 정통했던 설잠은 선지가 탁월했고, 이를 표현해내는 문장력 또한 탁월했다. ‘십현담요해’ ‘화엄법계도주’ ‘화엄경석제’ ‘종동오위요해’ 등을 저술한 그가 ‘법화경’을 찬탄하며 지은 책이 바로 ‘연경별찬’이다.

“‘연꽃법화경’을 열람하며 본 내용들이 여유로워 선가의 풍취가 있으므로, 짤막한 게송으로 이 경전의 기적을 저술한다”고 ‘연경별찬’ 저술의 취지를 밝힌 설잠은 ‘법화경’ 28품 모두를 찬탄하며 하나하나 게송을 붙여 선의 종지를 드러내고 있다. 게송 중 많은 부분이 ‘금강경오가해설의’에 실려 있는 것들이다. 이를 보고 이 책 ‘연경별찬’을 처음으로 역해한 원순 스님은 “‘금강경’을 해석한 종경 스님과 야부 스님의 게송으로 ‘법화경’을 찬탄할 수 있다는 것만 보더라도, 설잠 스님이 선사의 입장에서 ‘법화경’을 재해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연경별찬’이 선(禪)으로 본 ‘법화경’임을 강조하고 있다.

원순 스님은 “‘묘법’은 진흙탕 속의 연꽃처럼 번뇌 속에서도 늘 맑고 깨끗하다. 또 연꽃의 씨앗에서 연꽃이 피듯 묘법에서 온갖 공덕이 나타나 부처님 세상이 펼쳐지고 연꽃이 연실과 함께 드러나듯 인연 따라 드러나는 묘법 속의 참마음은 처음과 끝이 언제나 똑같다”며 묘법이 연꽃의 특성과 같아 ‘연꽃법화경’으로 부르고 있다. 책에서 ‘법화경’을 ‘묘법연화경’이 아니라 ‘연꽃법화경’으로 풀이한 이유다.

‘연경별찬’은 ‘법화경’이 전개되는 흐름과 이를 통해서 부처님이 전하고자 한 뜻을 자연스레 깨닫도록 독자를 이끌고 있다. 각 품에서 선시로 핵심을 알려줌으로써 ‘법화경’이 지닌 선서로서의 진면목을 맛볼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이 게송들은 각 품에 담긴 부처님 마음과 뜻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설잠이 던지는 화두와 같다. ‘연경별찬’만의 묘미이기도 하다.

원순 스님 역해로 세상 빛을 본 ‘연경별찬’은 설잠의 선사다운 면모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저서다. 따라서 천재적인 방랑시인 김시습이 책을 통해 설잠이란 법명을 되찾아 절집으로 돌아온 셈이라 할 수 있다. 2만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02호 / 2017년 8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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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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