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사왓티(Sāvatthi)로 가는 길에 장유유서에 관해서 설하신 티티라 자타카(Tittira Jātaka)의 이야기는 아주 흥미롭다.
메추라기·원숭이·코끼리
무화과나무 본 기억으로
서열 정하고 서로 공경해
옛날 메추라기, 원숭이, 코끼리가 친구로서 히말라야 산의 깊은 숲속에 같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하늘만큼이나 높은 무화과나무를 자신들의 휴식처로 하여 그 아래에서 함께 다정하게 살고 있었다. 서로가 친구였기 때문에 위아래가 없었으며 항상 공평하게 모든 것을 나누며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하루는 자신들이 이렇게 평등하게 살고 있는 것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들 중에 누가 가장 나이 많은지를 알아봐 순서를 정하고, 그를 공경하면서 살아가면 어떨까?”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누가 가장 나이가 많은지를 결정하기 위해서 세 친구는 거대한 무화과나무 아래에 모였다. 먼저 메추라기와 원숭이가 코끼리에게 물었다. “친구여, 그대는 이 무화과나무를 얼마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나요?” 그러자 코끼리는 “친구들이여, 내가 어렸을 때 나는 이 나무 위로 걸어 다니곤 했다네. 그때 이 나무는 아주 어려서 수풀과 같았고 나의 무릎 정도의 높이였습니다. 내가 이 나무 위에 서면 가장 높은 가지가 나의 배 정도까지 왔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나무를 작은 수풀과 같은 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메추라기와 코기리가 원숭이에게 물었다. “친구여, 그대는 이 무화과나무를 얼마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나요?” 그러자 원숭이는 “친구들이여, 내가 태어난 지 얼마 안됐을 때 땅에 앉아서 이 무화과나무의 가장 높은 가지의 잎을 따먹곤 했습니다. 이 무화과나무가 아직 새싹 정도 밖에 안 되어 목을 위로 들어 올릴 필요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나무를 어린 새싹과 같은 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코끼리와 원숭이가 메추라기에게 물었다. “친구여, 그대는 이 무화과나무를 얼마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나요?” 메추라기는 “친구들이여, 한때 저쪽 편에 아주 오래된 거대한 무화과나무가 한그루 있었습니다. 그때 나는 그 오래된 무화과나무의 과일을 먹으면서 지냈습니다. 그리고 한때 그 과일의 씨앗 하나를 바로 이곳에 배설했습니다. 그 씨앗으로부터 이 하늘만큼이나 높은 무화과나무가 생겨났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나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 나무를 알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두 친구 분들보다 나이가 많은 것 같습니다”고 답했다.
코끼리와 원숭이가 현명한 메추라기에게 말했다. “친구여, 그대는 우리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손윗사람입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당신을 존경하고 당신에게 인사하며 당신의 조언을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우리들을 잘 지도해 주십시오.” 메추라기는 친구들에게 5계를 지킬 것을 조언했고, 3명의 친구들이 모두 5계를 수지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은 메추라기를 우두머리로 하여 사이좋게 잘 지냈으며 죽은 후에 모두 천상세계의 신으로 태어났다고 한다. 부처님께서는 “그때 사라풋타는 원숭이였고 목갈라나는 코끼리였으며 나는 현명한 메추라기였다”고 과거를 현재와 연결시킨 후 다음과 같은 게송을 남기셨다.
“무엇이 올바른지를 아는 사람은 나이 드신 분들을 공경할 줄 안다. 그분들은 이 세계에서 칭송받으며 죽은 후 천상세계에 태어날 것이다.”
황순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sihwang@dgu.edu
[1404호 / 2017년 8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