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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최춘해의 ‘시계가 셈을 세면’

기자명 신현득

세상 움직임을 시간 흐름에 맞춰
감동 깊은 예술로 승화시킨 동시

부처님의 가르침에서는 시간이 큰 몫을 하고 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三世)는 시간의 원리다. 시간은 이 삼세의 공간을 흐른다. 과거에 시작된 시간이 현재로 와서 미래로 흐르는 것이다. 이를 인생의 한 살이에 견주면 전생·금생·내생의 삼생(三生)이 된다.

어린이는 시계 똑딱 소리 따라
꿈 자라나 어른 되고 일꾼도 돼
해와 달도 똑딱 소리를 따르고
바위도 자리를 뜰 꿈꾸어야 해

우리는 지은 업보에 따라 삼생의 시간을 육도(六道)에서 윤회한다. 지은 대로 복과 화가 오는 것이다. 이러한 인과의 원리는 하나의 과학이다.

시간의 원리를 재미있고, 감동 깊은 시 예술로 승화시킨 동시 작품 한 편을 살피기로 한다.

‘시계가 셈을 세면’

                               최춘해          

아이들이 잠든 밤에도
셈을 셉니다.
똑딱 똑딱
똑딱이는 수만큼
키가 자라고
꿈이 자라납니다.

지구가 돌지 않곤
배겨나질 못합니다.
별도
달도 돌아야 합니다.
씨앗도 땅 속에서
싹틀 꿈을 꾸어야 합니다.
매운 추위에 떠는 나무도
잎 피고 꽃 필, 그리고
열매 맺을 꿈을 꾸어야합니다.
 
시계가 셈을 세면
구름도
냇물도 흘러갑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 바위도
자리를 뜰 꿈을 꾸어야 합니다.

시계가 셈을 세면
모두 모두
움직이고
자라납니다.

세상의 움직임을 시간의 흐름에 맞추고 있다.

“똑딱 똑딱….”은 시계가 셈을 세는 소리다. 시계가 시간의 흐름을 세고 있는 것이다. 이 시계의 셈을 따르지 않을 존재는 없다. 아무리 힘세고 고집 센 자라도 시계의 셈을 따르지 않을 수는 없다.

이러한 시계의 셈은 쉬지 않는다. 어린이는 시계의 똑딱이는 소리에 따라서 키가 자라고, 꿈이 자란다. 어른이 되고 일꾼이 되어, 나라와 사회의 일을 맡는다. 지구가 시계 소리에 맞추어 움직여야 한다. 해와 달의 움직임도 시계의 똑딱이는 소리를 따라야 한다.

씨앗의 싹틈도, 나무가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것도 시간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구름과 냇물의 흐름도 시간의 똑딱임을 따라야 한다. 가만히 앉아 있는 바위도 자리를 뜰 꿈을 꾸어야 한다고 했다.  

시간과 바위의 관계는 무한 시간인 겁(劫)의 비유에서 잘 나타나 있다. 가로 세로 높이가 40리 되는 바위를, 하늘 세상의 선녀가 무게 3수(銖) 되는 하늘 옷으로 3년에 한 번씩 스쳐서 다 닳아 없어지는 시간이 1소겁(小劫)이다. 1소겁만 해도 하나의 우주가 이루어졌다가 소멸할 때까지의 오래고 오랜 시간이다. 아미타 부처님이 극락세계를 구상하는 데서만 5겁 사유를 하셨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똑딱이는 시간 앞에서는 바위도 움직이고 소멸할 수 밖에 없다는 스케일의 시를 구상한 혜암 최춘해(兮巖 崔春海, 1932~현재) 시인은 상주 출신으로 아호가 가리키듯 바위처럼 행동해 온 분이다. 

그는 부처님 가르침에서 바위와 시간의 비유를 읽고, 원체 큰 것이 불교라는 걸 깨달았다 한다. 그 뒤 ‘나도 바위다!’라는 뜻을 지닌 ‘혜암’으로 자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구에서 혜암 동시 교실을 무료로 열어 수많은 후배를 길렀으며, 60회가 넘는 ‘흙’연작으로 한국 동시 시단을 다져오고 있다.

신현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404호 / 2017년 8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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