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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군사훈련 중단은 불가능한가?

  • 법보시론
  • 입력 2017.09.04 13:19
  • 수정 2018.01.1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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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한미군사훈련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 8월 위기설이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7월7일 G20 정상회의 직전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핵활동과 한미군사훈련 동시 동결”을 거절하였다. 즉,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 고조를 막으려는 ‘쌍중단’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미국의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군사훈련과 미군 주둔은 1950년대부터 이어져오던 것이며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것이 과연 역사적으로 타당한 것인가? 우리는 한반도 군사적 긴장 고조의 직접적 피해자로서 한미군사훈련 중단이 불가능한 문제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1976년부터 진행된 한미합동군사연습인 ‘팀스피리트 훈련’은 이미 1992년에 중단되었던 적이 있다. 이는 1991년 남북 간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 선언문’이 채택되면서 ‘한미군사훈련 중지’ 및 ‘한국의 비핵화’와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의한 사찰이 합의되었기 때문이다. 팀스피리트 훈련이 중요 합의사항이 되었던 이유는 1980년대부터 20만명이 참여한 대규모의 군사훈련으로 발전하였고, 한국을 방어하는 작전을 넘어서 훈련 범위를 북한 지역까지 확대하여 전술핵무기 사용전략 등을 연습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냉전세력 딕 체니 국방장관 등에 의해 1993년 ‘팀스피리트 훈련’은 재개되었다. 한국군 7만명, 미군 7만여명 등이 항공모함 인디펜던스호와 함께 훈련을 진행하였다. 당시 주한 미국대사였던 그레그는 한미군사훈련 재개가 자신과 협의하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회고하였다. 이로 인해 북핵문제의 악순환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당시 1991년 말부터 최고사령관으로 임명된 김정일의 북한은 ‘전시 준비태세’로 돌입하면서, NPT 탈퇴를 선언하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긴장은 매우 고조되었다. 1994년 2월 뉴욕에서 북미 간 ‘북한의 핵사찰’과 ‘94 팀 스피리트 훈련 중지’ 등이 합의되었다. 하지만, 북한의 핵사찰 불이행 의혹으로 군사적 위기는 전쟁 전야로 향하였다. 그러나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과 김일성 주석의 사망 국면을 거치면서 군사적 갈등이 다소 해소되는 제네바 합의가 이루어졌다.  

결국 북미 화해 국면 속에서 한미군사연습인 팀스피리트 훈련은 1994년 이후 대폭 축소된 형태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인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RSOI)으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2001년 미국의 냉전적인 부시 정권 등장 이후 1961년부터 진행된 소규모 독수리훈련(FE)이 점차 확대되어 실시되어 오다가, 2002년 RSOI와 함께 실시되면서 훈련의 규모가 더욱 확대되었다. 이것이 2008년부터 키리졸브 연습(KR)으로 변경되어 세계적 규모의 군사훈련으로 진행되었다. 

이렇게 다시 대규모의 한미군사훈련이 진행된 것은 부시 정권의 ABC(Anything But Clinton)정책 때문이다. 고 김대중 대통령은 이런 지적을 하였다. “클린턴 대통령 때는 나하고 같이 협력해서 북한 문제가 거의 해결되어 갔다”, 그런데 “그 이후로 부시 정권이 대북 정책을 계승하지 않고 이른바 ABC정책이라고 해서 클린턴 시절의 정책은 다 반대하지 않았냐”면서 “그 결과가 큰 실패로 나타났다. 결국 북한의 NPT 탈퇴와 IAEA(국제원자력기구) 요원 추방 그리고 핵실험이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흐름 속에서 한미군사훈련이 대규모로 재강화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현재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동결하는 최고의 지름길은 과거처럼 한미군사훈련의 중단이다. 이미 북한은 두 차례 공식적으로 한미군사훈련과 핵실험의 상호 중단을 요구했다. 2015년 1월 조선중앙통신에 이어서, 2016년 4월23일 리수용 외무상은 뉴욕 유엔 북한대표부에서 진행된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조선반도에서 핵전쟁 연습을 중단하면, 우리도 핵실험을 중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중국과 러시아가 수용하여 미국에 재차 요구하였던 것이다. 이에 대해 몰역사적인 트럼프 정권의 미국은 북핵과 한미군사훈련은 등가가 아니라며 반대하였다. 한반도의 분단을 둘러싼 당사자들, 특히 미국에 군사적 긴장과 그 해결과정에 대한 역사적 이해가 절실히 요구되는 현실이다.

이창희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외래교수 changhi69@hanmail.net
 

[1406호 / 2017년 9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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