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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선 안 될 조계종 최후 보루

조계종이 매우 소란스럽다. 총무원장 선거가 다가오면서 종단의 갈등이 폭발적 양상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한쪽에서는 폭로와 농성, 집회를 이어가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그런 행동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들의 계획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상징하는 일들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급격히 줄어든 신도를 생각하면 스님들이 정진과 포교에 매진해도 모자랄 판인데, 많은 스님들이 정쟁에 휘말리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더욱이 정쟁의 한 가운데 한국불교의 마지막 보루인 수좌스님들과 그 수좌스님들을 대표하는 스님들이 서 있다. 이러다가 재기불능의 치명타를 입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마저 든다. 

선거 국면 초기에는 일반 대중들에게 참선 붐을 일으킨 수불 스님이 뉴스에 등장하더니, 뒤이어 서울대 출신으로 유명한 설정 스님이 등장하였다. 그리고 이제 간화선 수행정진의 상징처럼 된 적명 스님까지 등장하였다.

그 동안 불교계 정치로부터 소외되어 있던 수좌스님들이 이렇게 선거 국면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한편으로는 종단 내에서 수좌스님들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과, 다른 한편으로는 종단의 상황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수좌스님들의 등장이 조계종의 현 상황을 바로잡고 궁극적으로 조계종의 수행문화 확산으로까지 이어지면 매우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지가 않다.

총무원장에 뜻을 두고 나선 수불 스님은 대중공양이 문제되어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휘말렸다. 대중공양은 조계종의 전통이고 미덕일 뿐 아니라, 그간 수불 스님이 해 온 보시활동의 연장선 속에서 이해될 수도 있을 터인데, 안타까운 일이다. 알다시피 수불 스님은 재가자들을 위한 참선으로 안국선원을 크게 일으켰다. 선풍 진작을 위해 동국대 등에 거액의 보시를 해 온 덕에 많은 불교인들의 찬탄을 받아온 분이다. 그런 분이 한순간에 종단 갈등의 한 가운데 서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 총무원장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소문이 난 설정 스님은 가짜 학력 논란에 휘말리더니 세간에 알려진 자신의 학력이 허위임을 참회했다. 참선으로 일체종지를 얻는 것이라고 설파하는 선승이 세간의 학력에 연연하여 자의반 타의반으로 허위학력을 만들어왔다는 것은 본인과 수많은 불교인들에게도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적명 스님은 수좌들에게 상징적인 존재이다. 성철 스님 만큼이나 오랜 세월 동안 봉암사에서 두문불출 수행에 정진하였을뿐 아니라 이론체계 또한 정연한 분이다. 간화선의 성지라 할 수 있는 봉암사 최고 어른이 되었으면서도 늘 자신은 일개 수좌일 뿐이라며 스스로를 낮춘다. 또 봉암사 일 외에는 좀처럼 바깥일에 관여를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인터뷰도 사양해왔다. 스님이 종단의 폐해를 지적하며 산문을 나서 승려대회까지 거론하며 사람들과 기자들을 만나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한국 불교계가 여태껏 버텨온 것은 참선수행의 전통 때문이다. 오늘날 사회 각 영역에서는 고도로 발달한 지식과 세련된 문화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참선수행 문화를 빼고 나면 한국불교는 내세울 것이 많지 않다. 이 전통을 지켜 온 이들이 수좌스님들이다. 조계종의 생명은 참선수행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수좌들에게 있다. 사판을 하고 교학을 하는 스님들의 공덕 또한 소중한 것이지만, 수좌들이 없다면 조계종은 옛 유물에 불과하게 되고, 사판승은 유물지킴이가 되고 교학승은 문헌학자에 불과하게 된다.

그런데 이 수좌스님들이 조계종 정치의 파도에 휩쓸린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하루빨리 수좌스님들이 본분사로 돌아가서 조계종의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기를 희망할 따름이다.

김종인 경희대 객원교수 laybuddhistforum@gmail.com
 

[1408호 / 2017년 9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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