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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지장보살도

기사승인 2017.10.17  10: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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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찾고자 한 소녀 땅속에 몸을 감추다

   
▲ 지장보살도, 14세기 전반, 견본채색, 239.4×130.0㎝, 일본 원각사(圓覺寺). ( ‘고려시대의 불화’ 시공사)

생각하는 동물인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는 명백한 사실을 우리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죽음이 두려운 중생인 까닭에 영원을 꿈꾸며 생명이 유한하다는 것을 애써 잊으려 한다. 종교는 언제 어디서 맞이할지 모를 죽음의 공포와 그로 인한 인생의 허무함을 견디기 위해 생겨났다. 불교에서도 생전에 열심히 수행한 영혼은 아미타부처가 주재하시는 극락정토에 태어나 왕생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인연들은 생전의 행보에 따라 지옥, 아귀, 축생, 수라, 인간, 천상으로 나누어진 여섯 세계를 돌고 또 돌며 환생을 거듭한다고 가르친다. 여섯으로 나누어진 세상 가운데 지옥은 해탈의 원인이 되는 공덕이 없고 행복도 없는 곳으로 죽어서 심판을 받는 도중에도 각 관문마다 지옥이 구비되어 있다. 모든 지옥은 대철위산이라는 산 속에 있으며 그 중 큰 지옥이 열여덟이요 다음 것이 오백, 그 다음 것이 천배나 되며 그 중 가장 큰 무간지옥의 둘레는 만팔천리요 아래위로 불이 치솟아 내리고 쇠로된 개와 뱀이 불을 토하며 담장을 달린다. 저승에서 마지막으로 행하는 팔열팔한(八熱八寒) 지옥 가운데 최고로 무서운 지옥이 무간지옥이다. 예전에 ‘무간도’라는 홍콩 누아르 영화를 보면서 무간지옥을 처음 알았는데 아비지옥(阿鼻地獄)이라고도 하는 무간지옥에서는 고통은 간극(間隙)없이 끝없이 계속되기 때문에 아픔이 가장 극심하다. 죽지도 못한 채 끊임없는 고통을 받는 한마디로 말해 지옥의 끝이다. 생전에 지은 악업에 따라 치루게 되는 대가는 억겁의 세월동안 밤과 낮을 구분 않고 거듭하여도 끊어지지 않고 항상 가득차 있으며 나쁜 업이 다 삭아져야 비로소 다른 곳으로 태어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지장보살, 무간지옥에 희망
돌아가신 어머니 찾아나선
소녀가 모든 것 보신한 뒤
몸을 땅속에 감춘데서 유래


이렇게 무시무시한 지옥에서 고통받는 영혼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가 바로 지장보살님이다. “땅속에 감추었다”는 지장(地藏)이라는 보살 이름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찾아 멀고도 먼 길을 떠난 18세 소녀가 가진 것을 모두 보시하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입고 있던 옷마저 모두 벗어 주고 몸을 구덩이 속에 가렸다는 지장보살 전생 설화에서 유래되었다. 지장보살은 “미래세가 다하도록 무량겁 동안 고통 받는 육도중생을 갖가지 방편으로 다 해탈시킨 후에야 나 자신이 불도를 이루리라”고 하는 가히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통큰 서원을 세웠다. 때문에 진즉 부처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천만억 나유타의 무량겁 동안 미륵부처가 출현할 때까지 일체의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로 있으면서 그 서원을 이루기 위해 지금도 노력 중이시고 그 가운데서 특히 지옥의 구원받지 못한 영혼들을 위해 자비를 베풀고 있다.

지장보살은 우리에게 익숙한 보관을 쓰고 영락으로 몸을 장식한 보살형태가 아니라 삭발 혹은 두건을 쓴 성문비구(聲聞比丘)로 묘사된다. 이 가운데 두건 지장은 일본에는 그 예가 드물고 중앙아시아와 돈황 그리고, 고려에서 그려지는 독특한 모습이다. 지장보살이 들고 있는 6개의 고리가 달린 지팡이는 지옥문을 깨뜨리는 도구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손에 든 투명구슬은 어두운 지옥을 밝히기 위해 등불의 역할을 하는 장상명주(掌上明珠)이다. 지장보살의 지팡이는 여섯 개의 고리가 걸려 있다고 하여 육환장(六環杖), 혹은 고리가 서로 부딪힐 때 주석朱錫 같은 소리를 내기 때문에 석장(錫杖)이라 하기도 한다. 밀교에서 석장의 소리는 잡귀를 쫓아내는 기운이 있고 중국에서는 조상 천도의식에 사용되어 죽은 자가 갇혀 있는 방문을 여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하니 지장보살의 지물로 안성맞춤인 것 같다. 석장의 머리 부분에 모셔진 부처님은 어떤 이는 석가모니 부처라 하고 어떤 이는 지장보살 전생에 등장하는 각화정자재왕여래(覺華定自在王如來)라고 하는데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후자가 맞을 듯 싶은데 아마도 대중에게 너무 난해한 부처님이라 석가모니부처로 바꾸어 생각했나보다.

   
▲ 석장의 화불, 그림 1의 세부.

778년 중국 개원사 승려인 도명존자가 죽다가 다시 살아난 이야기를 다룬 ‘환혼기(還魂記)’를 보면 열 명의 대왕이 영혼들을 심판하고 있는 지옥에는 현세의 스님처럼 노정(露頂)의 모습은 아니지만 얼굴이 보름달 같은 선승(禪僧)이 있는데 그 몸은 보석으로 치장되었고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있다 하였다. 그리고 그의 발은 보배로운 연꽃이 받들고 있으며 항상 그 옆에는 사자(獅子)가 함께 있더란다. 이 사자는 문수보살이 변신한 모습으로 죽은 자를 심판 할 때 항상 지장보살의 옆에서 보좌하기에 가끔 지장보살은 사자좌에 앉은 형태로 그려지기도 한다. ‘환혼기’에 의거하여 지장보살을 충실히 그려낸 작품이 14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고려 지장보살도이다. 두건을 착용하고 바위에 앉은 지장보살의 손에는 장명보주가 들려 있고 그의 왼쪽 발은 연꽃이 피어 받치고 있으며 그 앞은 사자가 지키고 앉았다. 지장보살의 육환장을 쥐고 서 있는 노승은 저승사자의 착각으로 염라대왕에게 끌려갔다 살아나온 도명(道明) 존자이고 그 맞은편 두 손으로 경전이 든 함을 받쳐 든 관료는 앞서 지장보살의 전생이었던 18세 소녀에게 지옥을 안내한 무독귀왕(無毒鬼王)이다.

현재 사찰의 명부전에 모셔지는 지장보살도는 무독귀왕과 도명존자가 협시하고 그 주위를 10명의 지옥대왕이 함께 있는 지장시왕도가 일반적인 모습이다. 이 구성은 중국에서 시작되었는데 인도 야마왕, 즉 염라대왕이 중국에 들어와 전통신앙과 결합, 분파되어 생겨난 지옥의 시왕들은 ‘불설예수시왕생칠경(佛說預修十王生七經)’이 편찬되면서 지장보살과 결합하게 되었다. 죽은 뒤 지옥행을 면하기 위해서 살아 있을 때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불사를 미리 행하는 공덕을 부처님이 말씀하신 이 경전의 내용에 의거해 명부와 관련된 지장신앙과 시왕신앙은 결합하게 되어 9세기 이후부터 한 화면에 같이 그려지게 되었고 우리나라 불화도 그 전통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 통도사 지장시왕도, 조선후기, 견본채색, 163×155㎝. ( ‘한국의 불화’, 성보문화재연구원)

악독한 짐승들과 악한 사람이, 악한 신과 악귀들과 악풍들이 여러 가지 재난으로 괴롭힐 때 안온하신 지장보살 형상 앞에서 지심으로 공양하고 예를 올리면 이 모든 어려움이 모두 사라진다고 하니 독자님들은 마음에 새겼다가 절에가 지장보살님을 뵐 기회가 닿으면 실천해 보시기 바란다.

정진희 문화재청 감정위원 jini5448@hanmail.net

[1411호 / 2017년 10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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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희 jini54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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