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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누군가를 미워하는 이유

기사승인 2017.10.17  10: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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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사랑 받지 못해서 괴로운 것일까요?

사람들이 가까운 누군가를 미워하는 까닭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걸까요? 부부의 예부터 보겠습니다. 부부는 대개 지극히 서로를 사랑해 함께 살기로 결정한 인연입니다. 하지만 이 시대 주변을 둘러보면 아내가 남편을, 혹은 남편이 아내를 참으로 미워하며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살아가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서로를 미워하며 사는 관계에 있는 가족의 예도 많습니다. 한 어머니에게서 난 형제자매 대부분은 유소년시절을 보내면서는 살가움을 나누고 살지만, 성장해 각기 가정을 이루고 살면 남보다 못한 인연으로 살아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심하면 부부 간에 혹은 형제자매 간에 법적인 송사를 일으켜 그 살가웠던 관계를 깡그리 무너뜨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보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가까운 관계서 미움 자주 발생
나무·풀, 애벌레 미워하지 않아
진정 사랑하지 못해 괴로운 것


가까워야 할 사이가 너무 멀어지고 서로를 증오하는 관계로 전락하는 사례는 부부나 가족만이 아닙니다. 내가 사는 마을을 포함해 여러 시골의 마을에서는 예전보다 이웃 간 인심이 야박해지고 있음을 확연히 느끼게 됩니다. 특히 모두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귀농과 귀촌하는 사람들이 늘고 도시적 사고가 함께 딸려 들어오면서 오래토록 존재해 왔던 이웃 간의 묵시적 규칙과 질서들이 흔들리고 크고 작은 분쟁이 왕왕 발생하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우리는 왜 가까운 누군가를 미워하게 되는 것일까요? 사례의 주인공들의 입장을 가만히 들어보면 그 본질적 이유는 어느 오래된 유행가의 노랫말 한 구절처럼 들립니다. 그것은 ‘그로부터 사랑 받지 못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가 나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았거나, 그가 나의 자존을 무너뜨렸거나, 그가 내가 준 것만큼 되돌려 반응하지 않았거나…. 사연은 각각, 가가호호 다르지만 그 본질은 누군가로부터 ‘사랑 받지 못해’ 그렇다는 것입니다.

나 역시 그들처럼 누군가가 참으로 미웠던 적이 있습니다. 그를 헤아려보려 한 걸음 물러서 수도 없이 그의 입장에 서 보았으나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아서 너무 괴로운 날들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내가 그를 위해 베풀었던 선의가 어떻게 이렇게 날카로운 화살로 되돌아와 나의 심장을 겨눌 수 있단 말인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무참했으며 그래서 아프다가 결국 그를 미워하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이해가 되지 않으니 자연스레 그를 탓하고 미워하게 되었는데 그 미움이 얼마나 마음에 사무쳤던지 이따금 꿈속에 그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여름날 나뭇잎과 풀잎으로 찾아든 애벌레의 모습을 깊게 보면서 문득 어떤 것을 깨닫게 되었고 미워하던 마음을 지우고 오히려 그에게 깊은 연민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작은 깨달음은 이것입니다.
‘어느 나무나 풀도 제 잎을 찾아드는 애벌레를 미워하지는 않는구나!’

생각해 보십시오. 나무나 풀에게 애벌레는 어떤 존재입니까? 제 잎의 뒷면에 숨어 천적을 피하는 의지의 공간으로 삼으면서도 정작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제 이파리를 갉아먹어야 하는 운명의 인연이 바로 애벌레라는 생명입니다. 내가 그의 의지처가 되어주는데 나를 갉아먹는 존재, 혹은 나의 소중한 욕망을 키워낸 여린 잎을 사정없이 갉아먹고 마는 존재. 그것이 나무와 풀이 만나는 애벌레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애벌레를 미워하지 않고 자신의 잎을 기꺼이 내놓습니다. 당장은 자신을 갉아먹지만, 그 애벌레들이 결국 나무와 풀에게 더 없는 은혜로 찾아오는 인연이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들이 피워내는 꽃이 누구에 의해 열매가 되던가요? 나비나 나방으로 우화환 애벌레 아니던가요? 그래서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을 받지 못해 불행한 것이 아니었구나. 오히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해 나는 불행했던 것이구나!’

당신에게도 가까웠으나 당신을 아프게 해 미운 누군가가 있나요? 있다면 아마도 당신 잎을 찾아온 애벌레일 겁니다.

김용규 숲철학자
happyforest@empas.com
 


[1411호 / 2017년 10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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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happyforest@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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