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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정신 vs 스님 정신

기사승인 2017.12.19  1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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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되는 일이란 고정된 실체 없어
일 바라보는 지혜 안목 길러야

군종장교 시절 종종 지휘관 및 간부들과 족구를 같이 하고는 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사령부 앞에 네트를 치고 다 같이 모여서 단합 활동의 목적으로 운동을 한 것이죠. 전 항상 뒤에서 공을 받아주며 수비를 했는데 발을 쓰는 것보다는 머리를 써서 공을 받는 것이 참 편하더군요. 그런데 이 버릇을 계속 목격한 지휘관이 어느 날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은 왜 공을 자꾸 머리로만 받으시나요?”
“머리가 편하게 잘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지 말고 발로도 받으시는 연습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잘 할 수 있는 것을 계속 잘하면 됩니다.”
“스님, 군대에서는 잘 하든 못 하든 다 잘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군인정신입니다.”

전 지휘관에게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한강의 기적을 불러일으킨 한국 중장년층의 삶의 태도는 8282입니다. 폐허 위에 이 모든 창조물을 세우는 과정에서 그들은 안 돼도 되게 하려고 끝도 없이 아드레날린을 쓰며 몸과 마음을 혹사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한국이 누리고 있는 삶의 축복은 그 혹사의 바탕 위에서 가능했던 것이죠.

하지만 이제 한국은 개발도상국이 아닌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가기 시작했기에, 더 이상 8282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안 돼도 되게 하는 군인정신이 아니라 지혜의 태도입니다.

붓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지혜를 언급하셨는데 ‘증일아함경’의 ‘유무품’에서는 지혜를 이렇게 표현하십니다.

“수행자들이여,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두 가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것이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고 어떤 것이 두 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가. 하나는 어리석은 모습을 가진 사람이고, 또 하나는 지혜로운 모습을 한 사람이다. 어리석은 이는 자기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것이 어리석은 사람의 두 가지 모습이니라. 그러나 지혜로운 이는 자기가 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기꺼이 한다. 이것이 지혜로운 사람의 두 가지 모습이니라.”

여기서 지혜의 유무는 안 되는 일과 되는 일을 구분하는 안목에 있습니다. 어리석은 이가 안되는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그것이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모르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죠.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겨야 합니다. 과연 세상에 절대적으로 안 되는 일이 있을까요? 붓다는 세상의 모든 것은 끝없이 변화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어제 안 되는 일도, 오늘은 되는 일로 바뀔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사실 안 되는 일이라는 고정된 실체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붓다가 말씀하시는 안 되는 일이란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그것은 일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바라보는 지혜의 안목을 말하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지혜의 안목이 더 깊어지면 안 되는 일 속에 숨은, 되도록 하는 길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죠.

할 수 있는 일이든 없는 일이든 무작정 달려드는 어리석은 태도는 몸과 마음을 혹사합니다. 그러니 자신의 몸과 마음 그리고 지혜를 잘 살펴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살펴보다가 할 수 없다면 돌아가는 법도 연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족구를 하다가 지휘관과 나눈 문답 끝에 제가 한 대답은 이것이었습니다.

   
▲ 원빈 스님
“제가 족구 선수는 아니니까 못하는 것 연습하느라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하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이 순간을 즐기고 행복한 길을 선택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스님의 태도입니다. 전 군인보다는 스님이니까요.”

군인 정신 vs 스님 정신, 무엇을 선택하며 살고 있나요?

원빈 스님 행복명상 지도법사 cckensin@hanmail.net

 


[1420호 / 2017년 12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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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빈 스님 cckens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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