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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행 조규승-하

기자명 법보신문

▲ 59, 원각
불교공부는 점점 재미를 더해갔다. 수행의 즐거움도 조금씩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풀지 못하는 숙제 같은 수행이 있었다. 바로 3000배다. 언젠가는 꼭 한번 해봐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좀처럼 인연이 닿지 않았다. 밀린 숙제를 걱정하듯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기회를 찾던 중 여래사불교대학 소식지 ‘좋은 인연’에서 참회정진기도 3000배를 한다는 공지를 보게 되었다. 금요일 저녁 7시부터 토요일 아침 7시까지라는 안내문을 보고 다른 일정과도 중복되지 않아 신청을 하였다.

통도사 서운암서 중단한
3000배 재도전해 성공
스스로 뿌듯 도반엔 감사
포교·직장서 절수행 권선

사실 지난 2016년 12월 말 통도사 서운암에서 혼자 아무런 준비도 없이 3000배를 시도한 적이 있음을 고백한다. 그 당시 무릎이 아파 1080배에서 중단한 전력이 있었다. 매일 108배를 해왔지만 혼자 3000배를 다 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 기억 때문일까. 이번에도 중간에 그만두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계속 되었지만 아침마다 해오던 108배 이외에는 별다른 준비를 전혀 하지 못한 채 3000배 참회기도일이 다가왔다.

절 시작 전 수지침을 잘 놓으시는 보살님의 도움으로 양손 새끼손가락에 지압침 반창고를 감으며 마음의 준비를 하였다. 엄마와 함께 온 여고생, 보살님과 거사님 등 21명이 동참한다고 하였다. 저녁 7시가 조금 지난 시각, 우렁찬 염불소리에 맞춰 3000배를 시작했다. 그냥 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심귀명례’와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며 1배씩 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절을 하니 혼자 108배를 할 때보다 힘이 두 배로 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수행하기로 마음먹은 것, 게다가 나는 스스로 도망가지 않기 위해 맨 앞줄에 서 있었다. 힘차게 지심귀명례와 부처님을 호명하며 절을 하였다. 절을 하면서 부처님의 다양한 명호에 놀라며 한 자 한 자 더 힘차게 불렀다.

컨디션 좋았던 처음에는 순식간에 500배가 지나갔다. 이어 400배, 300배씩 이렇게 1200배를 지나니 무릎에서 통증의 신호가 왔다. 또 한 번 두려움이 엄습했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각, 도반들의 정성이 가득 담긴 흰 죽 한 그릇으로 체력을 보강하니 다행히 다시 용기가 생겼다. 다음 300배씩 계속 이어서 한 덕분에 1500배를 넘겼다. 이제는 중간을 넘어 내리막길만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는 점점 조여오고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소리를 높이고 부처님 명호를 외며 고통을 잊기 위해 애썼다. 신기하게도 잡념이 없어지고 힘든 것도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또한 옆에서 뒤에서 절을 하는 도반들의 부처님 명호 소리는 정말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마지막 고비, 제일 힘들 때 부산불교교육원장이 다시 동참하여 큰 목소리로 부처님을 호명하고 절하며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원장의 동참이 없었다면 끝마무리가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하여 그동안 미뤄왔던 숙제를 끝내듯이 3000배를 마칠 수 있었다. 힘은 들었지만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함께 끝까지 3000배를 수행한 도반, 뒤에서 마칠 때까지 부처님을 호명하고 힘을 더해주신 도반, 죽공양과 뒷바라지에 힘써주신 도반, 이런 기회를 마련해준 원장 등 모두에게 고마웠다.

100만배 참회기도를 수행했다는 제주 약천사 창건주 혜인 큰스님에 비하면 이번 3000배 수행은 하찮은 일일지도 모른다. 말하기도 부끄럽고 글로 옮기기에는 더욱 부족하지만, 절을 마칠 때 “3000배를 하는 마음이라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느냐?”라는 원장의 말이 귓전에 맴돌더니 가슴에 쏙 들어왔다. 그 용기로 이 글을 쓰게 된 것 같다.

첫 3000배를 마친 뒤 나는 다시 108배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더욱이 새해에는 조계종 포교사단 부산지역단에서 청소년 포교 선재팀장을 맡게 되었다. 그 덕분에 부처님의 가르침 그리고 수행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요즘이다. 포교 현장뿐만 아니라 같은 학교의 교사들이나 학교생활에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있으면 나는 망설임 없이 절수행을 권한다. 주위에서도 해가 바뀌고 108배 일과수행을 목표로 하는 분들도 늘어나는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 든다. 나 역시 인연 닿는 분들에게 수행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삶을 실천하고 싶다는 발원을 세우며 두서없는 글을 마무리한다.

지심귀명례 석가모니불!
 


[1424호 / 2018년 1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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