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서운암서 중단한
3000배 재도전해 성공
스스로 뿌듯 도반엔 감사
포교·직장서 절수행 권선
사실 지난 2016년 12월 말 통도사 서운암에서 혼자 아무런 준비도 없이 3000배를 시도한 적이 있음을 고백한다. 그 당시 무릎이 아파 1080배에서 중단한 전력이 있었다. 매일 108배를 해왔지만 혼자 3000배를 다 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 기억 때문일까. 이번에도 중간에 그만두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계속 되었지만 아침마다 해오던 108배 이외에는 별다른 준비를 전혀 하지 못한 채 3000배 참회기도일이 다가왔다.
절 시작 전 수지침을 잘 놓으시는 보살님의 도움으로 양손 새끼손가락에 지압침 반창고를 감으며 마음의 준비를 하였다. 엄마와 함께 온 여고생, 보살님과 거사님 등 21명이 동참한다고 하였다. 저녁 7시가 조금 지난 시각, 우렁찬 염불소리에 맞춰 3000배를 시작했다. 그냥 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심귀명례’와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며 1배씩 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절을 하니 혼자 108배를 할 때보다 힘이 두 배로 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수행하기로 마음먹은 것, 게다가 나는 스스로 도망가지 않기 위해 맨 앞줄에 서 있었다. 힘차게 지심귀명례와 부처님을 호명하며 절을 하였다. 절을 하면서 부처님의 다양한 명호에 놀라며 한 자 한 자 더 힘차게 불렀다.
컨디션 좋았던 처음에는 순식간에 500배가 지나갔다. 이어 400배, 300배씩 이렇게 1200배를 지나니 무릎에서 통증의 신호가 왔다. 또 한 번 두려움이 엄습했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각, 도반들의 정성이 가득 담긴 흰 죽 한 그릇으로 체력을 보강하니 다행히 다시 용기가 생겼다. 다음 300배씩 계속 이어서 한 덕분에 1500배를 넘겼다. 이제는 중간을 넘어 내리막길만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는 점점 조여오고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소리를 높이고 부처님 명호를 외며 고통을 잊기 위해 애썼다. 신기하게도 잡념이 없어지고 힘든 것도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또한 옆에서 뒤에서 절을 하는 도반들의 부처님 명호 소리는 정말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마지막 고비, 제일 힘들 때 부산불교교육원장이 다시 동참하여 큰 목소리로 부처님을 호명하고 절하며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원장의 동참이 없었다면 끝마무리가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하여 그동안 미뤄왔던 숙제를 끝내듯이 3000배를 마칠 수 있었다. 힘은 들었지만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함께 끝까지 3000배를 수행한 도반, 뒤에서 마칠 때까지 부처님을 호명하고 힘을 더해주신 도반, 죽공양과 뒷바라지에 힘써주신 도반, 이런 기회를 마련해준 원장 등 모두에게 고마웠다.
100만배 참회기도를 수행했다는 제주 약천사 창건주 혜인 큰스님에 비하면 이번 3000배 수행은 하찮은 일일지도 모른다. 말하기도 부끄럽고 글로 옮기기에는 더욱 부족하지만, 절을 마칠 때 “3000배를 하는 마음이라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느냐?”라는 원장의 말이 귓전에 맴돌더니 가슴에 쏙 들어왔다. 그 용기로 이 글을 쓰게 된 것 같다.
첫 3000배를 마친 뒤 나는 다시 108배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더욱이 새해에는 조계종 포교사단 부산지역단에서 청소년 포교 선재팀장을 맡게 되었다. 그 덕분에 부처님의 가르침 그리고 수행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요즘이다. 포교 현장뿐만 아니라 같은 학교의 교사들이나 학교생활에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있으면 나는 망설임 없이 절수행을 권한다. 주위에서도 해가 바뀌고 108배 일과수행을 목표로 하는 분들도 늘어나는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 든다. 나 역시 인연 닿는 분들에게 수행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삶을 실천하고 싶다는 발원을 세우며 두서없는 글을 마무리한다.
지심귀명례 석가모니불!
[1424호 / 2018년 1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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