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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대원 장경호 거사

기자명 이병두

우리 곁에 왔던 이 시대 이 땅의 ‘유마’

▲ 1975년 2월 대학 제1기 졸업식. 사진 맨 앞줄에 고익진·김동화·대원·조명기·대은 스님 등이 졸업사진을 찍고 있다.

동국제강을 설립해 철강왕국의 주춧돌을 놓은 장경호(1899~1975)는 본명보다 ‘대원(大圓)’이라는 법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동국제강 설립 철강왕국 건립
3·1만세 동참 日 경찰에 쫓겨
대원정사 개원 선방·불교대학
불서 출판 주도해 불교 대중화

부산 동래에서 태어나 1916년 봄 서울 보성고보를 졸업한 대원은 3년 뒤 3‧1 만세 시위에 가담했다가 일본 경찰에 쫓기게 된다. 이 무렵 4‧19혁명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과도정부 수반을 맡아서 원만하게 권력 이양작업을 지휘했던 허정을 형님이라 부르며 절친하게 지냈고, 그가 일선에서 물러나 살림이 어려워졌을 때에는 그를 말없이 도왔다. 그뿐 아니라 만세 운동에 함께 동참했던 동료들이 어려울 때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민족의식을 갖춘 인물이다.

일경에 쫓기던 때에 불교에 귀의하여 불법에 맞게 살아가려고 애썼던 과정과 배경을 대원은 이렇게 술회한다. “내가 스무 살 때 나라를 잃은 슬픔 속에서 인생의 지표를 찾을 수 없어 방황하였다. 구할 수 있는 책은 모두 구해서 읽었다. 사람도 많이 만나보고 지혜를 얻고자 했으나 항상 만족치 못하였다. 크게 생각되는 바가 있어 불경을 탐독했다. 얼마 후 나는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부처님 말씀대로 살면 사람 노릇 하겠구나’ 하는 것이었다.…그 후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일은 결코 하지 아니하였다.”

박경훈(전 동국역경원 편찬부장)은 대원이 일찍부터 불교 대중화의 뜻을 세워 실천에 옮겼다고 회고한다. 그 방법으로 가장 먼저 출판사와 서점을 겸한 불서보급사를 설립, 경전 독송집을 비롯해 다양한 불서를 발간‧보급하여 그 뒤 다른 불교 출판사와 서점이 등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불서보급사 설립에 이어 대원은 대원정사를 세워 시민선방과 대원불교대학을 운영한다. 20대 초반에 통도사 구하 스님에게 참선을 지도받은 그가 시민선방을 세운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박경훈은 증언한다. “이래서는 불교가 노쇠할 수밖에 없지요. 한국 불교가 선종이라고 한다면, 선이 산중에 사는 고승들의 전유물로부터 시중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선을 시중으로 끌어내야 합니다.”

대원불교대학 설립은 김동화박사와 대원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면서 불교대중화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한 뒤에 결심하여 실천에 옮긴 것으로, 그가 일생에 걸쳐 펼쳤던 여러 불사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여 한국 현대불교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대학 설립 후 대원과 부인 적선화(본명 추명순)는 대학이 있는 대원정사 옆의 적산가옥을 구입해 그곳에 거주하면서 출강하는 강사진과 학생들 뒷바라지에 정성을 쏟았다.

“거사님도 수업을 함께 듣는 경우가 많았고, 학생들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데 보살님이 직접 배식 담당을 해주었으며, 교재도 사서 나누어주었고 심지어 매일 버스 토큰 두 개씩을 사주며 '공부 열심히 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대원대학 제1기 졸업생 중 필자와 대학불교학생회 활동을 같이했던 친구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이다.

1975년 2월 대학 제1기 졸업식 기념으로 찍은 이 사진 앞줄에 고익진‧김동화‧대원‧조명기‧대은 스님‧이종덕‧김인덕, 둘째 줄에 원의범‧이영자‧목정배 등이 졸업생들과 함께 찍은 것이다. 사진에서 보듯이 김동화‧조명기를 비롯한 원로에서부터 젊은 고익진에 이르기까지 한국 불교학계를 대표하는 교수진을 초빙하였고, 이들 밑에서 배운 학생들 중 본격적인 불교 공부를 위해 동국대 불교학과에 입학해 대학원까지 마친 이도 있으며 졸업 후 출가하여 이제 비구니계를 대표하는 학승이 된 이도 있다.

“이 땅 이 시대의 유마”라는 명예로운 칭호로 부르는 데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고도 남았던 대원거사, 참으로 멋진 삶을 살았던 분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24호 / 2018년 1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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