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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종교 중재로 KTX해고승무원 29억 환수금 해결

  • 사회
  • 입력 2018.01.16 18:41
  • 수정 2018.01.23 11:59
  • 댓글 1

1월16일 대전지법 조정재판
4대종교 중재안 따라 권고
여승무원·철도공사 권고수용
대책위 “직접고용에 매진할 것”

“KTX해고여승무원 부당이득금 환수문제 해결을 위한 종교계 사회적 중재안을 철도공사에서 수용하면서 각자에게 부과된 8600여만원의 환수금 문제 해결을 위한 전기가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해고승무원’입니다. KTX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열차승무원으로 하루빨리 돌아가고 싶습니다.”

KTX해고여승무원(이하 여승무원)들의 문제해결을 위한 불교 등 4대 종교 중재안으로 여승무원들의 부당이익금 환수문제가 극적으로 해결됐다. 여승무원들이 발표한 환수금 해결 관련 성명에는 종교계 및 시민사회에 대한 감사와 복직에 대한 열망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1월16일 대전지방법원(조정전담법관 정우정)은 철도공사가 KTX해고여승무원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환수 소송’과 관련 조정재판을 열고 “종교계가 제시한 중재안에 따라 KTX해고여승무원은 원금의 5%를 3월 말까지 철도공사에 지급하고 철도공사는 나머지 청구를 포기할 것”과 "KTX해고여승무원은 철도공사의 해외사업 진출 등에 불이익을 초래하지 않도록 ILO(국제노동기구)를 비롯한 UN산하 국제기구와 유럽의회 등에 제소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 현장에서 양측은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고 이로써 조정은 성립됐다.

조정재판은 철도공사와 여승무원들이 “부당이득금 환수에 대해 철도공사는 해고승무원들과 비슷한 처지의 채무자들에 대한 사회적 구제조치의 선례를 고려해 지금된 임금 총액 원금의 5%를 환수하는 것으로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종교계 중재안을 수용함에 따라 극적으로 이뤄졌다. 당초 철도공사는 총액원금의 30%인 8억5536만원 환수를 고집했으나 종교계의 지속적인 해결 촉구 움직임에 결국 조정안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혜찬 스님, 이하 사회노동위) 등 13개 종교·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KTX해고여승무원복직대책위(이하 대책위)는 지난 해 5월29일 출범식을 갖고 여승무원 복직을 위한 활동에 매진해왔다. 종교인 오체투지, 기자회견, 복직교섭, 종교별 기도회 등을 서울 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꾸준히 진행하며 여승무원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양한웅 사회노동위 집행위원장은 “종교계 지도자들이 이번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선 것은 종교의 대사회적 역할의 모범을 보여준 사례”라며 “노동 상품화 및 비용절감이란 미명하에 추방된 해고노동자와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이 불안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길바란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앞으로 여승무원들이 직접고용될 때까지 활동을 관련활동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사회노동위는 1월25일 해고승무원을 위한 108배기도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KTX해고여승무원 문제는 2003년 12월 철도공사가 여승무원 채용 시 정규직 전환과 비행기 여승무원 이상의 대우를 약속했지만 KTX 개통 이후 자회사인 코레일 유통으로 전직을 강요하면서 불거졌다. 여승무원들은 2006년 3월1일 정규직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고 철도공사측은 2달여 만에 여승무원 280명을 정리해고 했다. 2008년 10월1일 여승무원들은 철도공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보전 및 임금지급가처분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는 그해 12월 철도공사에 본안판결이 날때까지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에서도 같은 판결이 내려졌지만 2015년 대법원이 파기환송하면서 여승무원들은 1인당 8640만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한 여승무원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 조정재판 후 밝은 모습의 KTX여승무원 대책위 관계자들. 왼쪽 두번째 권두섭 변호사, 오른쪽 첫번째 민주노총 KTX열차승무지부 정미정 부지부장, 세번째 김승하 여승무원. 조계종 사회노동위 제공.

다음은 중재안 전문.

KTX 해고승무원 부당이득금 환수문제 해결을 위한 종교계 중재안

지나온 시간, 우리 사회는 여러 영역에서 경제적 효율성만을 중시해왔습니다. 조금이라도 운영비를 줄이고 생산비를 낮추는 것이 절대적 가치로 여겨졌고, 이 과정에서 노동의 중요성과 인간의 존엄성은 큰 희생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수많은 사회적 갈등을 일으켰고,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은 더욱 커졌습니다. KTX 해고 승무원들의 문제 역시 이러한 사회적 흐름 속에 있었습니다.

특히 이들은 대법원 판결 이후, 그동안 수령했던 금액을 다시 철도공사에 돌려주어야 하는 과정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부채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스스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일도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하고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고인이 느꼈을 불안과 초조함에 많은 국민들도 함께 슬퍼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유사한 아픔이 일어나지 않고, 오랫동안 고통 속에 놓인 해고 여승무원들의 부당이득금 환수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길 바랍니다. 이 일이 더 이상 방치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합니다.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우리 사회에서 그 누구도 배척당하지 않고 배제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문제의 해결에 나서주실 것을 아래와 같이 호소합니다.

하나, 부당이득금 환수에 대하여 철도공사는 장기간 투쟁으로 인한 해고승무원들의 어려운 처지와 비슷한 처지의 채무자들에 대한 사회적 구제조치의 선례를 고려하여, 지급된 임금 총액 원금의 5%를 환수하는 것으로 한다.

하나, 해고승무원들은 철도공사의 해외사업 진출 등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는 ILO를 비롯한 UN 산하 국제기구와 유럽의회 등에 제소하는 활동과 철도공사를 상대로 한 성차별적 고용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추진을 중단하고 제기하지 않는다.

하나, 종교계는 중재의 책임 있는 당사자로서 철도공사가 국민에게 사랑과 신뢰를 받는 공기업이 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기울인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스님 설 정
천주교서울대교구 교구장 추기경 염수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목사 이홍정
대한성공회서울교구 교구장 주교 이경호

다음은 여승무원 성명전문.

‘다시 빛날 우리’를 꿈꾸며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고속철도 개통 당시 지상의 스튜어디스, 철도의 꽃이라며 세간의 관심을 받아온 우리 KTX 승무원들이 해고된 지도 벌써 12년이 되었습니다. 우리 승무원들은 지난 2008년 11월, 2년 6개월간의 파업농성 투쟁을 마무리하고 철도공사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에서는 승무원들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2015년 2월 26일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승무원들은 각자 법원의 가처분 소송 판결에 따라 4년간 지급받은 임금 8,640만원에 이자까지 더하여 1억 원이 넘는 채무를 떠안게 되었습니다.

우리 KTX 해고승무원들은 지난 12년 동안 파업, 점거농성, 삭발, 단식, 철탑 고공시위, 오체투지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투쟁하며 꽃다운 청춘을 바쳤습니다. 대법원의 판결 이후 한명의 동료를 하늘로 떠나보내야 했고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해야 했습니다. 기나긴 고통과 좌절의 시간 동안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투쟁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함께 해주신 많은 분들의 헌신적인 연대 덕분입니다.

대법원 판결로 4년간 지급받은 임금이 ‘부당이득금’이 되어 돌아와 우리 해고승무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에서도 종교계를 비롯한 시민·사회·여성·노동·정치단체 등에서 따뜻한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환수금 문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고 종교계가 중심이 되어 사회적 중재를 추진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지난해 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전격적으로 철도노조 사무실을 방문하여 우리 해고승무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문제해결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연초 철도공사에서도 종교계의 중재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혀 환수금 문제 해결을 위한 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마침내 1월 16일 법원은 종교계의 중재안을 수용한다는 철도공사와 해고승무원 양측의 입장을 받아들여 권고안을 제안했습니다. 그동안 환수금 문제를 위해 물심양면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기울여주신 종교계 지도자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리며, 환수금 소송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조정절차에 회부해준 재판부에도 감사드립니다.

우리 해고승무원들의 처지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환수금 문제는 해결되었으나, 여전히 우리들은 ‘해고승무원’입니다. 우리들은 하루라도 빨리 안전을 책임지는 당당한 KTX 열차승무원으로 정든 일터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이제 우리 KTX 승무원들은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흘러가버린 젊음과 괴로웠던 지난날을 한탄하고 후회하기보다는 다가올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2018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 씩 지난 12년의 세월이 답답하고 분통하여 눈물을 쏟았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울지 않겠습니다, 우리의 작은 외침이 여러분들의 목소리와 합쳐지면 거대한 메아리가 될 것이란 믿음이 있기에 우리는 직접고용과 원직복직을 쟁취할 때까지 더 힘차게 투쟁하겠습니다.

이 세상 어느 누구의 인생도 쉬운 인생은 없습니다. 다만 부당한 현실을 마주했을 때 이를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행동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앞으로 미래를 살아갈 우리의 아들, 딸들과 이 시대의 절망하는 청년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습니다. ‘다시 빛날 우리’를 꿈꾸며 지금보다 더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425호 / 2018년 1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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