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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성전’ 편찬에 거는 기대

기사승인 2018.01.29  17: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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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들어서면서 불교계 주요 기관들이 신년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역시 지난 1월23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양한 포교종책들을 발표하였는데, 이 가운데 특히 ‘불교성전’ 편찬계획이 눈에 띈다. 우리 불교계는 이미 1970년대 불교성전을 편찬하기 위한 범불교적 모임을 구성하고 그 성과물을 내놓은 바 있지만, 지금은 그 기억조차 희미한 일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불교성전’ 간행은 처음 일본에서 시작됐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에 걸쳐 유럽에 유학했던 일부 유학승들에 의해 이른바 근대불교와 근대불교학이 선도되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시도되었던 사업이 불교성전 간행이었다. 일본 불교학계 최초의 구미 유학생으로 평가되는 난조 분유(南條文雄)가 주도한 ‘불교성전’은 1905년 간행되었다. 이 성전은 범어나 팔리어 경전을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에서 일본불교의 ‘근대성’을 잘 살필 수 있는 성과물로 이해되고 있다.

한 권으로 이루어진 불교성전류 편찬은 일본 불교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국내 불교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만해 한용운 스님은 1914년 ‘불교대전’을 간행하였다. 이 책은 물론 일본의 ‘불교성전’에 착안하여 편찬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해의 ‘불교대전’은 ‘불교성전’보다 훨씬 더 발전된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무려 1000여개나 더 많은 경구를 수록한 책이었다. 조명기 선생의 표현처럼, 이것은 ‘초인적인 정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하겠다.

1925년, 일본에서는 기츠 무안(木津無庵)이 기존의 ‘불교성전’과는 전혀 다른 체재와 내용으로 이루어진 ‘신역불교성전’을 간행하였다. 이 책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본을 대표하는 불교성전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불교전도협회라는 단체에서 이 책을 저본으로 편찬한 불교성전을 각급 숙박시설에 비치하는 일은 너무도 유명하다. 이 단체는 영문판 불교성전에 이어 1976년에는 프랑스어판을 발간하였고 최근까지 무려 46개 언어로 옮겨진 불교성전을 지속적으로 간행, 배포하고 있기도 하다. 허영호 스님은 1930년부터 ‘불교’지에 ‘신역불교성전’의 번역본을 연재하기 시작하였으며, 1936년에는 해동역경원에서 ‘불교성전(상권)’을 직접 출판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는 결국 ‘신역불교성전’의 번역본을 완성하지 못하였으며, 도진호, 김태흡 등의 당시 불교지식인들이 시도했던 번역사업도 중도에서 그치고 말았다.

불교성전이라는 책명으로 도서 검색을 하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1920년대에 편찬된 일본의 ‘신역불교성전’을 그대로 번역해 출간하고 있는 몇몇 출판사의 최신 출판물을 접하게 됐던 것이다. 심지어 어떤 책은 번역서라는 사실 자체도 밝히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불교성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이 책의 번역본을 판매하고 있는 한국불교의 현실은 분명 개탄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해와 허영호는 일본의 근대불교가 지니고 있던 장점을 도입하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하였던 인물이다. 이들이 불교성전류의 서적을 편찬하거나 번역하는 일은 무엇보다 근대불교, 특히 포교의 발전과 불교의 대중화라는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근대불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진행된 일이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포교원에서 새롭게 추진할 불교성전 편찬 사업은 시도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의를 지니는 일임이 분명하다. 이 사업을 이끌어가게 될 포교원 관계자들에게 반드시 당부하고 싶은 사항이 하나 있다. 비록 ‘만시지탄’의 아쉬움은 있지만, 결코 서두르지 말아달라는 당부이다. 향후 진행될 불교성전 편찬 사업이 한국불교의 현재 역량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방향에서 추진될 수 있기를, 더 이상 100여년 전의 일본불교 성과물을 모방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
kimsea98@hanmail.net
 

[1426호 / 2018년 1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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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영 교수 kimsea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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