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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원(법천·73) 조사선수행 - 상

기자명 법보

동생 권유로 접한 무심선원
김태완 선원장 법문 들으며
눈앞 확 밝아지는 체험하고
온 우주가 곧 내 마음임 알아 

무심선원을 알기 전에는 마음공부를 하지 않았다. 신심 깊은 불자인 어머니를 따라 가끔 기도와 수행을 따라 했을 뿐이었다. 특별한 일이 있을 땐 108배, 철야 삼천배를 하기도 했다.

가족 7남매 중 여섯번 째 여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참선을 자주했다. 어느 순간부터 큰 사찰의 보살선방에 들어가 30여 년간 하안거 동안거를 지내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선방에서 참선만 하고 있던 여동생이 “오빠도 마음공부 한번 해볼래?”라고 권유했다. 오래전부터 지켜보며 든 호기심에 같이 정진해보고 싶었지만, 무릎이 아파 가부좌를 틀지 못한다고 거절했다. 그러자 동생은 “의자에 앉아서 법문만 들으면 된다”고 재차 권유했다. 동생의 적극적인 모습에 결국 못이기는척 무슨 선방에 가냐고 물었다. 

무심선원이었다. 동생은 1년 전부터 일요일마다 무심선원에서 김태원 선원장의 법문을 듣고 2시간씩 공부한 결과 6개월만에 특별한 체험을 겪었다고 했다. 완전 초보자였던 나는 사이비종교에 걸린 것 같아 동생에게 “그래서 그 선생님이 계신 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당시 무심선원은 부산 해운대에 본원을 두고 토요일과 일요일에 서울 동국대와 국제선센터 등서 법회를 열고 있었다. 나는 동생에게 “그럼 토요일에 부산을 가자.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고 다그쳤다.

동생과 함께 부산 본원에 찾아가 맨 뒷벽 의자에 앉아 2시간 동안 김태완 선원장의 법문을 들었다. 들어보니 사이비라 의심한 내가 후회됐다. 우리의 마음은 ‘바로 이것’이라고 가리키고 드러내 보이는 조사선의 방식은 걱정만 가득했던 내 마음에 안심을 가져왔다. 동생을 따라 선생님께 인사한 뒤 매주 일요일에 무심선원 서울 법회에 참여했다. 평생 공부에 대한 목마름이 있던 나는 조사선을 바로 알고자 계절마다 있는 3박 4일 집중연수도 빼먹지 않고 참가했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동생이 “그동안 어떻게 공부하고 있어”라고 물었다. 그냥 모범생이 학교 다니듯 즐겁게 다닌다고 답하니, “지금 공부를 소풍 다니는 것처럼 하는 거야?”라고 했다. 갑자기 화가 치솟았다. 이 공부는 생사를 걸 만큼 어려운데, 내가 시간이 남아서 하는 취미생활로 퇴색된 것 같았다. 참지 못하고 오른손을 들어 꿀밤을 먹이려던 순간, 동생은 “지금 그 손이 어디에서 올라오는지 생각해 보라”며 “공부에 부모 형제가 어디 있나. 여유 있는 소리 말고 필사적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순간 머리가 띵했다. 내가 그동안 너무 안일하고 무심하게 지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 간절하게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동생이 TV에 영상법회를 틀어주고 외출했다. 내가 깨닫고야 말겠다는 간절함을 담아 김태완 선생님의 법문을 한참 보고 있는데, 순간 장롱에서 사람 만한 쌍회오리가 나와 ‘휘익’하면서 땅으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순간 눈앞이 확 밝아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막 돌아온 동생이 뛰어와 막 흔드는데, 나는 그냥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러자 눈치를 챈 동생이 “오빠, 이제부터 말, 행동 조심해야 한다. 이 현상에 상이 생기면 안된다”고 신신당부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이걸 치매도 아닌 이상 어떻게 잊어버려. 변하는 것도 아니고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라고 버럭 소리 질렀다. 동생은 “그래도 안돼. 조심, 또 조심해야 해”라며 방을 나가버렸다. 

그 뒤에도 멍하니 앉아있다가 저녁에 헬스장을 갔다. 특이하게도 유난히 몸이 가벼웠다. 그날 밤늦게 잠을 청하려는데, 지긋이 눈을 감고 있으니 이상한 기분이 들면서 마치 영화관처럼 스크린이 환하게 밝아오는 현상이 찾아왔다. 다시 눈을 떳다가 감아도 똑같이 환하고 구름 위에 사뿐히 누워있는 느낌이 들었다. 맑고 또렷한 정신으로 잠을 자고 일어나 새벽 일찍 평소처럼 음성법문을 든는데, 나도 모르게 “어 법문이 소화가 다 되네. 온 우주가 내 마음이네, 깨달음도 없고 나도 없고 아무것도 없네. 과거 현재 미래도 없고 지금 이순간, 바로 이것밖에 없구나” 하고 입에서 줄줄 나왔다. 그때부터 몸에 에너지가 넘치기 시작했다. 초겨울 호숫가를 거닐 때 보슬비에 온몸이 젖고, 머리카락에 물이 맺혀 뚝뚝 떨어지듯이 설법의 비를 맞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722호 / 2024년 3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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