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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오조가사 지급’ 무엇이 문제인가

기자명 법보신문
  • 교계
  • 입력 2008.03.3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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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 따라 가사 변경, 승단 세속화 부추겨”

지난 2006년 9월 조계사 대웅전에서 봉행된 조계종 ‘통일가사 점안식’.

조계종이 ‘공양하기에 불편하다’는 이유로 사미(니)들에게 통일가사의 규정에도 없는 ‘만오의’를 지급한 것은 ‘승단의 세속화를 부추기고 있는 꼴’이라는 지적이 많다.
더구나 ‘왜색불교의 잔재’라는 논란에 따라 착용을 금지하기로 했던 오조 가사를 부활시킨 것은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도 크게 저촉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가사는 출가자 인욕을 상징”

가사(袈裟)는 본래 화장장이나 무덤가에서 주운 헝겊에 가장 구하기 쉬운 물감으로 염색해 만든 의복인 일명 ‘분소의(糞掃衣)’에서 유래했다. 이런 까닭에 가사는 예로부터 청빈한 출가수행자를 나타내는 징표이자 세간의 온갖 굴욕과 유혹을 참아 이겨내겠다는 인욕의 상징이 돼 왔다.

율장에 의하면 비구는 하의, 상의 및 외의라는 삼의(三衣)이외에는 더 많은 옷을 가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는 부처님이 어느 날 이슬을 피할 수 없는 평지에 머물게 되었는데, 초저녁에 5조만 입고 있다가 한 밤중에 한기를 느껴 5조 위에 7조를 입고, 다시 9조를 입어 비로소 추위를 감당한 뒤 이후 가사 세벌만 가지면 추위를 이겨낼 수 있다고 판단, 제자들을 모아 놓고 삼의 이상은 갖지 말라고 한데서 연유했다.

이처럼 율장에서 스님들이 착용하는 가사에 대해 엄격한 규정을 두었던 것은 출가수행자 스스로 복식에 대한 욕망을 끊음으로써 청빈과 무소유의 삶을 지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런 청빈한 출가수행자의 정신을 올곧이 담고 있었던 가사는 시간과 환경이 변화하면서 점차 변질돼 갔다. 특히 화려한 천과 고급 재질의 옷감으로 만든 가사가 등장하는가하면 그 모양에 있어서도 제각기 다른 형태가 등장하면서 출가수행자의 가사가 지나치게 세속화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더구나 근대 이후 한국불교에서는 흔히 일본불교계 스님들이 주로 입는 것으로 알려진 오조가사를 착용하는 스님들이 많아 ‘왜색불교의 잔재’라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율장에 의하면 ‘오조가사’는 ‘안타회’라고 불리며 주로 속옷이나 하의에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에 ‘속옷을 목에 걸고 다니는 것’은 부처님 법에도 맞지 않는 희귀한 풍속이라는 주장이 많았다.

이런 까닭에 조계종은 지난 2006년 통일가사를 제작, 보급하면서 ‘목에 거는 오조가사’를 입지 않기로 하고, 모든 스님들이 ‘대가사’를 착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조계종이 사미(니)에게 오조가사 형태의 ‘만오의’를 지급한 것은 당초 제정했던 통일가사의 원칙에 크게 위배될 뿐 아니라 부처님이 제정한 법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조계종 정체성 확립에도 저촉”

이와 관련 조계종 의제실무위원회 위원장 종진 스님은 “물론 사미(니)도 ‘대가사’ 형태인 ‘만의’를 입는 것이 원칙이기는 하지만 현재 중물이 들지 않은 예비승려들이 공양을 하거나 강원에서 수업을 받을 때 불편함을 겪는 것이 사실”이라며 “때문에 해인사 등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미(니)들을 대상으로 오조가사 형태인 ‘만오의’를 착용했었다”고 밝혔다.

스님은 이어 “‘만오의’는 공양을 하거나 강의를 들을 때로 한정했다”며 “대외적인 각종 의식에서는 ‘대가사’ 형태의 ‘만의’를 착용하도록 했기 때문에 통일가사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에 대해 송광사 율원장 도일 스님은 “가사는 본래 출가자 스스로 세속적 모든 욕망을 끊어버리겠다는 인욕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조금 불편하다는 이유로 부처님 법에도 없는 것을 만들어 착용한다는 것은 출가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님은 또 “오조가사에 익숙해 있는 사미(니)가 구족계를 받아 정식 스님이 된다고 해서 ‘대가사’를 쉽게 착용할 수 있겠느냐”며 “잘못된 풍습을 익히기보다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부처님 법에 맞는 가사를 착용하도록 하는 것이 승려교육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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