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 무료하게 지하철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어느 날부터인가 역사에 붙기 시작한 이러한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한 달에 한번, 혹은 두 달에 한 번씩 바뀌는 글은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무료함을 달래주는데 그치지 않고, 각자의 마음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기까지 했다. 그렇게 사람들 마음에 훈풍을 불어넣은 글들은 차츰 마음을 울리면서 무뎌지고 잠든 영혼을 일깨우는 맑은 소리가 되었다.
‘풍경소리’다. 2000년부터 시작된 지하철 풍경소리는 그렇게 17년의 세월을 이어왔고, 여전히 출퇴근으로 바쁜 사람들 마음에 한 조각 여백을 만들어 주며 잠시나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하고 있다. ‘개에게 우유를 먹이는 방법’에는 그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 100편이 담겼다.
책 속 100개의 이야기들은 성격에 따라 ‘돌아보기’ ‘바라보기’ ‘통찰하기’ ‘알아차리기’ 등 네 개의 장으로 구분했다. 하지만 각 장의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하나다. ‘마음’이다. 우리의 삶과 인생을 돌아보며 내 삶을 성찰해 볼 수 있는 이야기, 마음을 차분하게 들여다보고 날뛰는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이야기, 삶의 지혜를 담은 이야기, 언제 어디서나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마음챙김 이야기들이지만, 이 모든 이야기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다스리고 알아차려서’ 개인과 공동체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야기 속에는 사랑, 자비, 연민, 배려를 생각하게 하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각각의 이야기에 전각으로 널리 알려진 고암 정병례와 동양화가 박준수의 작품이 함께하면서 여운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풍경소리처럼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이야기에서 삶의 지혜가 가까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1만38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76호 / 2016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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