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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니그로다미가 자타카 ②

임신 모르고 출가한 비구니도 포용

▲ 방콕 왓칸라야나밋(Wat Kanlayanamit)의 니그로다미가 자타카(Nigrodhamiga Jātaka).

부처님의 자기희생이 점차적으로 확대되어 모든 생명을 구한다는 황금사슴 이야기는 인도 전역에 널리 알려졌으며 오랜 시간동안 사랑을 받아 왔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남방불교 팔리 자타카에서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어 발전하게 된다. 팔리 자타카의 주석서는 부처님과 그 주변 사람들이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유사한 인과적 연관성을 가지고 이어져왔다는 것을 중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측면은 현재·과거 연결이라는 남방불교 자타카의 독특한 형식을 통해서 나타난다. 니그로다미가 자타카의 경우 과거 이야기만큼이나 긴 현재 이야기가 황금사슴 이야기의 서론으로 다음과 같이 나타나고 있다. 

승단 축출될 비구니 구해
아라한과 얻도록 도와줘
비구니 율장으로 이어져

한때 왕사성의 부유한 상인집안에 아름다운 딸이 있었는데 어려서부터 출가를 원했으나 부모님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나이가 들어 결혼한 후 임신한 사실을 모른 체 어렵게 남편의 허락을 받아 왕사성의 데와닷타(Devadatta) 아래에서 출가하게 된다. 그런데 출가 후 점점 더 배가 불러오자 주위의 비구니들이 이 사실을 데와닷타에게 알린다. 자신의 명성에 오점이 될 것을 걱정한 데와닷타는 자세한 조사도 없이 비구니를 승단에서 축출하려고 했다. 그러자 임신한 비구니는 다른 비구니들에게 자신은 부처님에게 출가했으므로 사위성 제타와나(Jetavana)로 가서 부처님께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청한다. 많은 비구니들이 임신한 비구니를 불쌍히 여겼고 모두 함께 45일을 걸어서 제타와나의 부처님 앞으로 간다. 부처님은 데와닷타와 달리 완전한 자비심을 갖추셨고 진심으로 임신한 비구니의 사정을 이해하셨다. 부처님은 이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해 사위성의 왕과 장자들과 비구들과 비구니들을 모두 소집하고, 현명하고 뛰어난 비구니인 위샤카(Visākhā)에게 임신이 언제 이루어진 것인지를 조사하게 한다. 그리고 출가하기 전에 임신한 것임이 밝혀지자 부처님께서는 임신한 비구니를 계속해서 승단에 머무를 수 있도록 허락하셨다. 이렇게 태어난 비구니의 아들이 카사파 왕자(Kumāra Kassapa)로서 왕궁에서 자라나 출가하여 훌륭한 스님이 되었고 어머니와 아들 모두가 깨달음을 얻어 아라한이 되었다는 것으로 현재 이야기가 진행된다. 

황금사슴 이야기가 끝난 후 ‘그때 데와닷타는 사카(Sākha) 사슴의 우두머리였고,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사카 사슴무리였으며, 임신한 비구니는 임신한 사슴이었고, 태아는 카사파 왕자(Kumāra Kassapa)였으며, 아난다는 왕이었고 나는 니그로다 사슴의 우두머리였다’며 과거를 현재와 연결한다. 즉, 지나친 엄격주의적 입장에서 승단을 분열시키고 부처님을 공격하려 했던 데와닷타를 비판하면서 포용적이고 중도적인 불교의 입장을 황금사슴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다. 또한 이 이야기는 임신과 관련된 비구니의 규칙을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서 자타카가 율장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모습도 보여준다. 동남아시아의 불교사원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벽화에서 니그로다미가 자타카는 두 마리의 사슴을 보호하려는 여인과 활을 쏘려는 왕의 모습으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황순일 동국대 교수 sihwang@dgu.edu
 

[1384호 / 2017년 3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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