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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부탄의 여행세는 중도의 실천

기자명 최원형

성찰, 여행으로 행복해지기 위한 필요조건

올해 부쩍 부탄을 여행하는 이들이 많이 눈에 띈다. 부탄은 중국과 인도사이에 위치한 히말라야의 산악국가로 행복지수가 세계 최고인 나라다. 사진 속 부탄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해맑아 바라보기만 해도 그들의 행복이 전염될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부탄에 가고 싶다는 이들을 종종 만난다.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는 뭔가 다를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부탄을 여행하려면 많은 돈이 든다. 단지 여행을 위해 먹고 자고 탈 것에 드는 비용뿐만 아니라 하루65달러의 여행세를 걷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부탄을 동경하고 궁금해 할 수도 있겠다 싶다. 부탄 정부가 여행세를 내도록 제도를 만든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렇게 걷은 돈으로 모든 국민들의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등 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 그리고도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경우는 체류비를 인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행객 수를 조절한다. 사람들이 많이 오면 자연이 파괴된다는 이유에서다. 부탄의 여행세에서 그들은 돈보다 건강한 자연과 국민 모두의 행복을 우위에 두고 있다는 걸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올해는 부탄과 우리나라가 수교를 맺은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그것을 기념하려 부탄정부에서는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6월부터 8월까지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그동안 부탄에 가고 싶었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여행세로 국민복지 재원마련
돈보다 자연, 행복 우선가치
관광지 방문객 쓰레기로 몸살
현지인을 위한 배려 있어야

독서가 간접 경험이라면 여행은 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경험이다.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을 만나고 낯선 문화를 접하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그런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도 꽤 된다. 늘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다양한 삶을 보면서 위로를 얻기도 하고 새로움을 배우기도 하니까. 그런데 오늘날과 같은 여행방식을 통해 이러한 낯선 경험을 얼마나 피부에 와 닿게 배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여행이라는 것이 뭔가를 꼭 느껴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럴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오늘날 여행의 패턴을 떠올려보면 유명한 곳에 가서 사진을 찍고 그곳의 맛집을 찾아다니고 기념품을 사고 면세점 쇼핑을 하며 명품을 좀 싼 가격에 싸는 모습이 보편적인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하지만 관광을 위해 차를 타고 고단하게 돌아다니느라 불편한 걸 제외하면 사실 패키지여행이 고생일 수도 없다. 방문한 낯선 곳의 문화를 엿보기 위해선 가이드를 앞세워 한두 시간 휙 둘러보는 걸로는 뭔가 많이 부족하다. 가이드가 설명해주는 것을 단지 눈으로 확인하는 거라면 매체를 활용해도 얼마든 가능하다. 단지 두 눈으로 직접 봤다는 것 말고 뭐가 있을까?

“우리는 당신들을 환영하지 않는다” 물의 도시, 사랑의 도시로 유명한 베니스의 시민들이 베니스 항으로 들어오는 대형 크루즈를 막아선 채 들고 있던 피켓에 쓰인 문구였다. 2016년, 9월 베니스에서 실제로 있었던 풍경이다. 내 집을 찾는 손님에게 보내는 환영사치고는 무례하기 짝이 없다. 그러다 무슨 연유인지 궁금해졌다. 관광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베니스에서 시민들이 이런 피켓을 들기까지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인구 5만5000여명이 사는 베니스를 찾는 관광객은 하루 평균 6만여명, 사육제 기간에는 17만명 가까이 이르기도 한다. 베니스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데 주목한다면 이런 관광객 숫자는 그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으로 바뀔까? 넘쳐나는 쓰레기, 소음, 혼잡 거기다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면서 땅값은 폭등해버려 우리나라에도 이미 익숙해져버린 젠트리피케이션이 베니스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치솟는 임대료에 야채가게가 자고 나면 관광 상품 파는 가게로 바뀐다. 그러니 그곳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은 점점 버텨낼 재간이 없어지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제주시와 강원도에서 지나치게 많은 폐기물이 발생했던 통계를 본 적이 있다. 폐기물이 늘어난 요인으로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꼽았다. 여행을 통해 행복하고자 한다면 다분히 추상적인 행복에서 한 단계 진전된, 좀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할 것 같다. 부탄의 여행세는 그런 점에서 중도의 한 실천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민들의 복지와 자연 그리고 그곳을 가고 싶은 모두에게 적절한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여행을 떠날 때 여행가방보다 먼저 생각해야할 것은 그곳에서 일상을 사는 이들에 대한 배려가 아닐지.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395호 / 2017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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