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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미륵하생경 변상도

기사승인 2017.06.13  14: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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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걱정 없고 풍요로운 새로운 세상이 열리다

   
▲ 미륵하생경변상도, 고려 13세기 전반, 견본채색, 176×91㎝, 일본 치온인(知恩院).

불교에서 새 세상을 열어줄 구원자로 알려진 미륵의 산스크리트어 마이트레야(Maitreya)는 미트라에서 유래한다.

미륵은 미래 세상에 올 부처님
남녀 모두 선업인연으로 탄생
변상도에는 미륵이 내려올 때
나타나는 현상들 압축 표현


어려운 현실을 벗어나게 해줄 구원자에 대한 기대는 하늘과 땅이 생기고 인간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언제나 피통치자들이 바라는 희망사항이었다. 우리네 조상님들은 삶이 팍팍하고 세상이 어지러울 때마다 그들을 구원해줄 미륵부처를 기다렸기에 미륵신앙은 정치적으로 이용된 예가 많다. 견훤은 금산사의 미륵불이 바로 자신이며 자신이 다스리는 후백제야말로 미륵불이 다스리는 용화의 세계라고 주장하였다. 후고구려의 궁예가 미륵불을 자칭하며 미륵관심법을 행해 백성들을 현혹한 이야기는 드라마를 통해서도 잘 알려진 내용이다. 둘 다 후삼국이라는 정치와 사회가 혼란했던 시기에 살던 인물인 것을 보면 당시 민생들의 고된 삶에서 바라던 바는 오직 미륵불이 하생하여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를 바라는 희망, 그 하나였던가 보다.

미륵은 수미산 위 도솔천에 머물면서 중생을 교화하는 보살이지만 석가모니 부처 열반 후 56억7천만년이 지난 이후 세상에 몸을 나투어 중생을 제도하게 되는 미래의 부처님이기에 보살과 부처의 불성을 함께 지니는 특성을 갖고 있다. 미륵보살이 머무는 도솔천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미륵상생경’과 도솔천의 미륵보살이 사바 세상에 내려와 중생을 구원한다는 ‘미륵하생경’ 가운데 후자가 더 인기 있는 경전이었다. 일본 치온인에 소장된 13세기 전반에 그린 고려 불화 ‘미륵하생경변상도’에는 미륵부처가 내려오셔 설법을 하시던 그날의 장면이 마치 눈앞에서 펼쳐지듯 생생한 묘사가 압권이다.

   
▲ 메인 그림의 하단 향 우측에 묘사된 금은보화를 쓸어 담는 모습.

미륵부처가 앉아 설법하고 계신 곳은 용화수(龍華樹)가 자라나는 숲이었기에 화림원(華林園)이라 불리던 승원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서 성불을 하셨듯이 미륵부처는 용화수 나무 아래서 부처로서 설법을 시작한다. 용화수는 그 모양이 수많은 보석을 토해내는 용과 같은 형상이라서 붙여진 이름인데 그림 속 미륵 부처의 광배 뒤에 그려진 4그루의 나무가 바로 용화수를 나타낸 것이다. 미륵보살은 도솔천에서의 교화를 마치고 미륵부처로 이 세상의 용화수 아래로 내려오시기 때문에 용화라는 말은 미륵불의 세상인 용화정토, 곧 미륵불 자체를 의미하는 함축적인 단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미륵부처가 오신 용화세계는 모두가 부귀하고 번성하며, 형벌도 없고 재액도 없으며, 그곳의 남녀들은 모두 선업의 인연들로 태어난다. 그 나라의 국민은 수명이 모두 8만세이고 어떤 질병의 고통이나 고뇌도 없으며 모양은 단정하고 건강하다. 수명이 길어지기에 여자는 나이가 500세가 되어야 비로소 겨우 시집을 가는데 100세 인생을 사는 현재로 치면 이건 거의 유아기 때 결혼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석가모니 부처님의 발우를 미륵불에게 전하는 가섭존자. 메인 그림의 중단 향 우측.

그림에서 미륵부처님이 앉아계신 우측에 서 있는 늙은 노승의 손에는 금빛의 발우와 금란가사가 들려 있다. 선명한 금빛 귀걸이가 인상적인 이 스님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인 마하가섭으로 석가모니 부처님이 설법을 하실 때 아무 말씀 없이 연꽃을 들어보이자 오로지 가섭존자만이 그 뜻을 알고 웃었다는 염화미소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본디 인도 마가다왕국의 바라문 출신이라 그런지 귀걸이를 걸고 있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중아함경’과 ‘미륵대성불경’에 의하면 석가모니 부처님의 정법안장(正法眼藏)을 미륵부처님에게 전하는 소임은 가섭이 맡고 있었는데 이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가섭에게 헤어지고 누덕누덕 기운 가사를 전해 주는 것으로 법을 전하였기 때문이었다.

석가모니 부처님보다 다섯 살 어렸던 가섭존자는 부처님의 열반 뒤 수많은 세월동안 입멸하지 않고 계족산 석실에서 선정에 들어가 미륵불이 태어나기를 기다리며 있었다. 셀 수조차 없는 너무나 오랜 세월을 미륵불이 오시기만을 기다려서인지 얼굴과 목에는 굵은 주름이 파이고 입가는 이가 다 빠져버린 듯 합죽한 모양으로 늘어져 있지만, 앙다문 입술과 눈동자에는 책임 맡은 임무를 기필코 완성하겠다는 의연한 결의가 엿보이고 있다.

‘미륵하생경변상도’의 하단은 미륵부처님이 세상에 오셨을 때 나타나는 현상들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다. 향좌측 하단 동굴에 앉아서 웃고 있는 장자는 미륵불이 하생하신 것을 기뻐하는 가섭존자 혹은 미륵의 부모로 해석된다. 누가 되었든 미륵부처님의 출현은 기쁘고도 기쁜 사건이었을 것이다. 하긴 미륵불이 오신 세상은 ‘비가 때맞추어 내려 곡식이 풍성하게 자라고 한 번 심어 7번 수확한다’고 하니 배고플 일도 없을 것이요,

   
▲ 미륵부처의 설법을 듣는 성중, 메인 그림의 중단 향우측 부분.

그림에서처럼 금은보화가 길에 널려 있어 마치 낙엽처럼 갈퀴로 쓸어 담는 세상이니 얼마나 좋았겠는가? 미륵부처의 설법을 듣는 성중들의 얼굴은 희망이 가득하다. 미륵부처가 내려와 설법을 하고 있는 화림원이 있는 세상은 전륜성왕이 다스리는 평화로운 낙원이었다.

지상을 무력이 아닌 정법으로 다스리며 군주로서 요구되는 모든 조건을 갖춘 이상적인 지도자였던 전륜성왕의 통치하에 있었던 사람들이라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을 법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륵부처를 맞이하는 사람들은 벌써 온통 마음을 미륵불에게 빼앗긴 모습들이다. 가늘게 눈웃음 짓는 눈가와 잔잔한 미소가 번지는 입가의 모습은 모든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미륵부처의 서원을 굳게 믿는 흡족함과 지금 이 순간, 이 공간에 딱 맞춰 내가 서 있다는 흐뭇함이 잘 나타나 있다. 전륜성왕의 입장에서 본인이 다스리던 나라의 백성이 새로운 군주에게 이렇게 달달한 눈길을 보내면 마음이 상할 만도 한데 미륵불의 설법은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전륜성왕과 그의 아내는 그 자리에서 머리를 깎고 출가성불을 결심한다.

구원자인 미륵불이 오신 세상에도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물질적인 충족뿐이다. 정신적인 수양을 통해 이룰 수 있는 성불은 삭발을 감수하며 불도를 닦겠다는 확고한 결단과 노력이 있어야 이룰 수 있는 과제였다. 지금의 우리들 역시 달라지는 세상의 법도에 만족하지 말고 스스로가 달라져야 한다는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모두가 바라고 원하던 바른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정진희 문화재청 감정위원 jini5448@hanmail.net
 

[1395호 / 2017년 6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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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희 jini54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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