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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의승의 날’ 제정되어야 한다

기사승인 2017.06.19  13: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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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8월27일, 조계사 대웅전에서는 매우 뜻깊은 행사가 개최되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호국의승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을 위한 추진위원회 발족식’ 행사였다. 이날 행사장에 모인 사부대중은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호국의승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되는 그날까지 다함께 정진해 나가자는 결의를 다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일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47개의 국가기념일을 공식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국가기념일은 ‘역사적 의의 및 국가 정책적 필요성’ ‘국민적 공감대 형성 및 지속가능성’ ‘다른 기념일과의 유사·중복 여부 및 형평성’ ‘기념일 주관부처의 적정성 등’의 제정 기준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교계가 추진하고 있는 ‘호국의승의 날’은 과연 이 같은 국가기념일 제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가? 단언컨대 결코 그렇지 않다. 조선시대 의승 활동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공훈과 의의를 감안할 때 ‘호국의승의 날’은 정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국가기념일 기준을 충분하게 갖추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일부에서 다른 기념일과의 유사성, 중복성, 형평성 등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 역시 단견이자 편견에 불과할 뿐이다.

조선의 의승군은 16~17세기 조선왕조의 국난극복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이것은 이미 많은 역사가들이 인정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 해당한다. 조선의 의승군은 선조의 환궁, 평양성 탈환, 청주성 수복, 행주대첩 등에서 혁혁한 공적을 세웠을 뿐 아니라 전국 도처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전투에서 많은 전과를 거두었다. 또한 의승군들은 휴전기에는 남한산성, 북한산성 등의 성을 쌓거나 도로를 건설하는 일에 종사하였으며, 심지어 둔전을 경작하여 군량미를 마련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조선의 승려 신분은 천민에 가까웠다. 하지만 조선의 지배세력으로부터 끊임없는 멸시와 탄압을 받아야했던 그들은 전쟁이 발발하자 국난 극복의 최일선에 나서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구국 활동은 철저하게 자발적인 것이었으며, 대가를 바라지도 않는 것이었다. 조선의 의승군은 의무적인 성격의 관군과 전혀 다른 군사조직이었으며, 대부분 당시 지배세력에 의해 구성되었던 일반 의병과도 성격이 크게 달랐다. 그래서 조선시대 승려들의 참전 행위는 매우 ‘특별했던 것’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봉기한 조선의 의승군은 오로지 더 많은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일념으로 전쟁터에서 자신들의 목숨을 던졌다. 심지어 그들에게 ‘월계(越戒)’나 파계행을 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특별했던 조선 의승군의 공훈에 대한 포상은 철저하게 개인적 차원에서 머물고 말았다. 밀양 표충사, 해남 표충사, 묘향산 수충사 등의 공식 사우가 건립된 것은 임란 시기로부터 150~200여년이나 흐른 뒤였다. 그나마 이들 사우는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닌 승려들의 노력으로 인해 건립될 수 있었다.

금산전투에서 영규대사와 800명 의승은 모두 목숨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조선의 권력자들은 이들 의승의 시신조차 수습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조헌과 그를 따르던 의병만 사당을 세워 존숭하였다. 처영 스님을 따르던 의승 1000여명은 임진왜란 3대 대첩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는 행주대첩의 승전을 이끌었다. 그런데 행주대첩 관련 기록에서는 왜군의 기세에 밀리던 승군들이 후퇴하자 그들의 목을 베면서 전투를 독려했다는 권율의 무용담만 부각되고 있을 뿐이다.

조선의 승려들은 국가가 위기에 처하자 자발적으로 나서 국가와 국민을 지켜냈다. 그들은 당시 철저하게 ‘을’의 신분에 처해 있었으며, 그들의 참전행은 승려의 본분사를 벗어나는 일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의승의 희생은 보다 특별하면서도 소중한 역사적 교훈으로 간직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국난의 위기는 언제 또다시 닥쳐올지 모른다. ‘호국의승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는 것은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라 바로 미래를 튼실하게 준비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우리 국민 모두가 명심했으면 좋겠다.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 kimsea98@hanmail.net
 

[1396호 / 2017년 6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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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영 교수 kimsea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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